"예금 금리 연 4% 넘을 수도"…은행에 몰려드는 뭉칫돈

한은, 기준금리 추가인상 유력
시중은행들 수신금리 속속 올려

기존 상품 가입자 고민 깊어져
"만기 3개월 이내라면 해지 신중"
사진=연합뉴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아 은행 예·적금 상품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주식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한풀 꺾이면서 확정적으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저축성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25~0.5%포인트 더 올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연말까지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연 4%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적금의 경우 일부 상품 금리는 이미 연 5%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기에는 예금 만기를 최대한 짧게 잡고 ‘롤오버’를 통해 이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파르게 오르는 예·적금 금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연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은행 예·적금 상품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부산은행은 지난 30일 정기예금과 적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만 65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백세청춘 실버정기예금’ 금리는 1년제 기준 최고 연 2.80%에서 연 3.20%로 인상됐다.

전날 신한은행은 예·적금 38종의 기본금리를 최대 0.40%포인트 상향했다. 상품별 가입 기간에 따라 거치식 예금은 최대 0.25%포인트, 적립식 예금은 최대 0.4%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6개월 만기인 ‘신한 땡겨요’ 적금 금리는 0.4%포인트 인상돼 최고 연 3.6%를 적용한다. ‘신한 알·쏠 적금’ 금리는 1년 만기 기준으로 최고 연 3.95%, ‘신한 쏠만해 적금’은 최고 연 5.5%로 금리가 조정됐다. 같은 날 농협은행도 거치식예금의 금리를 0.25%포인트, 적립식 예금의 금리를 0.25~0.40%포인트 인상했다.우리은행은 21개 정기예금과 26개 적금 금리를 최대 0.50%포인트 올렸다. 예금 상품 중에선 비대면 전용 ‘우리 첫거래 우대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연 3.60%에서 연 3.80%로 인상됐다. 적금의 경우 비대면 전용 상품인 ‘우리 200일 적금’이 최고 연 2.60%에서 최고 연 3.10%로 0.50%포인트 올랐다.

하나은행도 적금 18종과 예금 8종의 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과 ‘주거래하나 월복리 적금’은 1년 만기 기준 최고 연 3.70%에서 연 3.95%로, 3년 만기 기준 최고 연 4.0%에서 연 4.25%로 0.25%포인트씩 인상됐다. ‘369 정기예금’ 1년 만기 상품의 경우 기본금리가 0.30%포인트 인상돼 최고 연 3.1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기업은행 ‘IBK 성공의 법칙 예금’(연 최고 3.72%), 전북은행 ‘JB 1·2·3 정기예금’(연 최고 3.60%), 경남은행 ‘2022 BNK 야구사랑 정기예금’(연 최고 3.60%), Sh수협은행 ‘Sh플러스알파예금’(연 최고 3.50%) 등 3%대 중반을 웃도는 금리를 제공하는 예금 상품이 적지 않다.

○기존 가입자의 대응 전략은

시중은행 예·적금 상품엔 돈이 몰려들고 있다. 시중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와 안전한 투자처로 이동하는 ‘역머니 무브’ 흐름도 빨라지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월 25일 기준 718조8970억원으로 7월 말보다 6조4479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정기 적금도 38조1167억원에서 38조7838억원으로 6671억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약 8개월간 증가한 정기 예·적금은 67조6442억원(690조366억원→757조6808억원)에 달한다.

예·적금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기존 상품에 가입한 금융 소비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기존 예·적금을 해지하고 금리가 더 높은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나은지, 계속 유지하는 것이 나은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기존 상품의 만기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면 해지하지 않고 기다리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정기예금을 중도 해지하면 납입 기간에 따라 이자율을 기본금리(우대금리 제외)의 50~80%만 적용하기 때문이다.

예·적금 담보대출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대출의 금리는 담보로 잡는 예·적금 금리에 1%포인트를 더해 산출된다. 하지만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엔 대출 이자를 내고도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지난해 8월 초 가입한 2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을 담보로 대출받아 새로 예·적금에 가입하면 대출이자까지 계산해도 최소 1.0%포인트가량의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지난해 8월 말부터 최근까지 기준금리가 2.0%포인트 올랐기 때문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