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만원 내면 현장 투입" 공갈 혐의 노조 간부들 2심도 무죄

법원 "노조 규정에 대기기간·면제 방법 명시…형사책임과는 무관"
신규 조합원에게 1년간의 현장 투입 대기기간 면제를 조건으로 매월 200만원을 내도록 선택하게 한 뒤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타워크레인 노조 전 간부들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이영진 부장판사)는 공갈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타워크레인 노조 전 간부 A(62)씨와 B(59)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 등은 신규 가입 조합원들에게 근무 투입 전 1년간 대기기간이 있고 이를 면제받으려면 매월 200만 원을 내라고 겁을 주고 2014년 4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2명의 조합원으로부터 총 3천280만 원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A씨 등이 '강원도에서 타워를 타려면 1년을 대기해야 한다', '못 내면 탈퇴하라'는 등 돈을 내지 않으면 현장 투입에 불이익을 줄 것처럼 겁을 줬다고 진술했다. A씨에게는 2014년 11월 20일 피해 조합원 중 한 명에게 전화해 '술값을 대신 내달라'는 취지로 말하며 230만 원을 빼앗은 혐의도 공소장에 추가됐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공소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신규 조합원 등에 대한 대기기간을 정한 해당 노조의 규정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 사건 형사책임 성립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2012년 타워크레인 노조 운영방침 개정안에 신규 조합원의 가입 대기기간을 명시한 조항이 있다는 점과 2013년 도내 건설 현장이 늘면서 신규 조합원 등이 월 200만 원을 내면 대기기간을 면제해 주기로 정한 사실이 확인된 점 등을 무죄 판결의 근거로 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이 적절하게 판시한 여러 사정과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을 대조해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면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다"며 검찰이 낸 항소를 기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