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돌아가신 부친 회사, '빚더미'라면…? [조웅규 변호사의 품격있는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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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의 사업체, 부실회사일까 아닐까
부실회사일 경우 자녀들이 빚 떠안게 돼
‘안심상속’ 제도 통해 재산상태 확인 가능
상속포기 여부 결정할 수 있어
상속인 확정, 분할협의도 상속 시 중요사항
재산분할은 상속인 모두가 참가해야 효력
‘조웅규 변호사의 품격있는 상속’은 상속‧자산관리와 관련된 핵심 내용을 살펴봅니다. ‘완벽한 상속’을 계획하는 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을 유형별로 들여다봅니다.
법무법인 바른의 상속 및 자산관리 전문가인 조웅규 변호사가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상속분쟁 동향, 분쟁 방지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 분쟁 발생 시 대응법 등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상속 준비 단계에서의 효과적인 자산관리 방안도 모색해 봅니다.
[편집자 주]
푸생의 말처럼 우리의 삶은 유한하기에 우리는 언젠가 가족들과 이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도 언젠가 인간의 유한함을 이해하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런데 부친이 사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용증명이 날아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집안 곳곳에 빨간딱지가 붙었다. 부친이 운영하던 사업체와 부친의 경제사정은 A가 생각하던 것과 달랐다.
만약 부친이 빚만 남기는 상황이라면 A는 신속하게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A는 부친이 생전에 부담하던 채무까지 상속하게 되고, A가 생각해보지 못한 정도의 빚을 안고 살아가야만 할 수도 있다.A가 어떻게 부친의 재산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까? 정부는 상속인들이 피상속인의 재산상태를 간단하게 조회할 수 있도록 안심상속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사망신고와 동시에, 또는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재산조회를 신청하면, 금융내역·토지·자동차·세금·연금가입유무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조회 결과가 완전하진 않지만, 적어도 상속재산의 대략적인 내역을 파악하여 상속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정도의 자료는 될 수 있다.
상속재산분할은 상속인 모두가 참가해야 효력이 있고 일방이라도 누락되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만약 C가 부친의 자녀라면, C를 배제하고 이루어진 A, B 사이의 상속재산분할협의는 효력이 없다.
C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C에는 마찬가지로 부친의 혼외자인 동생 D가 있는데, 부친이 사망하기 전에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D에는 자식인 E가 있는데 수년 전부터 행방불명되어 소식을 알 수 없다고 한다. D의 자녀인 E는 D를 대신해 대습상속인으로서 상속받게 된다. 따라서 부친의 상속인은 A, B, C, E 이렇게 4명으로 확정된다.
셋째, 유언 등 부친이 생전에 상속재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한 자료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상속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를 존중하기에,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정해둔 것이 있다면 그에 따른다.
유언장은 상속 직후에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상속이 있은 한참 뒤에서야 유언장이 제출되고 집행된다면 상속으로 인해 발생한 법률관계를 변경해 큰 불편을 줄 수도 있다.
다만, 유언장을 은닉하는 행위는 상속결격사유가 되므로, 상속이 개시된 이후에 상속인들 사이에 유언장의 존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유언장을 신속하게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상속재산을 분할하지 않는다면, 부친이 남긴 4개의 부동산은 상속인들에게 각각 1/4 지분씩 귀속된다. 그런데 부동산의 지분만 보유할 경우 단독으로 처분하는 것이 어렵고 제값을 받기 힘들다.
생전에 증여를 많이 받은 상속인이 상속재산도 동일하게 분배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때문에 생전증여를 고려해서 상속분을 정해야 한다. 협의가 된다면, 상속인들 모두가 참여한 상태에서 협의하면 되지만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A의 사례의 경우 E와 연락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추가적인 조처를 한 후 협의하거나 법원의 심판을 통해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것이 적절하다.
상속인 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가 있게 되면, 각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생전에 어느 정도의 증여를 받았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A의 사례에서 C가 부친으로부터 이미 100억 상당의 부동산을 증여받은 사실이 있다면, C는 부친이 남긴 상속재산을 분배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 생전에 피상속인의 재산 증식에 기여한 누군가가 있다면, 상속재산분할청구가 진행되는 동안 기여분 청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기여분 청구는 상속재산분할청구가 있을 때만 진행할 수는 있으므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다섯째, 상속세 등 세금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피상속인의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세를 신고해야 한다. 이때까지 상속세를 신고하지 않으면 가산세가 부과될 수 있는데, 문제는 상속세뿐만 아니라 자칫 상속관계의 정리 과정에서 추가적인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만약 위 기간 내에 부동산을 공유로 등기한 후에 추후 각 부동산을 각자 1개씩 갖는 것으로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경우, 기존에 각 부동산에 등기된 1/4 지분 이외에 추가로 이전되는 3/4 지분에 대해 증여세 이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각 부동산을 각 상속인이 갖는 것으로 분할했으면 상속세 이외에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지만, 임의로 등기한 후 위와 같이 변경하면 각 지분이 이전되는 것에 대해 추가로 증여세까지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상속재산을 어떻게 분할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태양왕 루이 14세는 니콜라 푸생의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다’는 작품을 침실에 걸어 놓고 수십 년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절대권력을 가진 그가 수많은 작품 중에 위 작품을 고른 것은 태양왕도 죽음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도 죽음을 피해 갈 수는 없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상속인들이 맞이하게 될 미래는 충분히 긍정적인 방향이 되도록 대처할 수 있다.
제41기 사법연수원 수료
한국신탁학회 상임이사
중견기업연합회 기업승계 담당 변호사
상속신탁연구회 회장
Estate Planning Center 상속설계 본부장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