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이끄는 ‘클래스101’
입력
수정
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2018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클래스101은 ‘온라인 클래스계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회사다. 요리, 공예부터 인문학, 재테크까지 다양한 분야에 4000개가 넘는 클래스가 개설됐고, 12만명이 넘는 크리에이터가 가입했다. 강의를 듣기 위해 클래스101을 찾은 회원 수만 420만명이다. 이용자의 특성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지원하고, 필요한 준비물까지 함께 제공하는 방식으로 업계에서 자리를 잡았다.
12만명 크리에이터가 4000개 클래스 개설
‘크리에이터 팬덤 형성’ 마케팅 지원
‘배우지마, 101해’ 철학이 담긴 브랜드 캠페인
클래스101은 2015년 과외 중개 스타트업 ‘페달링’에서 출발했다. 페달링은 매출이 늘며 순항했지만 규모가 한정된 입시시장의 특성 상 지속적인 성장을 노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2017년 11월 페달링 창업 멤버들이 사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은 게 바로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이었다. 근로시간 단축, 워라밸 문화 등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중요해진 시기와 맞아떨어졌다. 서비스 첫 해인 2018년과 비교해 지난해 거래액은 약 1530% 늘어나며 서비스 시작 3년 만에 업계 선두두자가 됐다. 클래스101 마케팅의 핵심은 다양한 카테고리(취미·머니·커리어 등)에 관심이 있는 유저들을 세밀하게 타겟팅해 유입부터 클래스 수강까지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체 직원 320명 중 40여명이 전문 마케터 인력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면서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이라는 클래스101의 비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상황 1 새로운 팬덤 문화
도전 1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선두주자
클래스101은 처음부터 크리에이터들의 팬덤에 주목했다. 몇 년 전부터 브랜드나 제품, 취미나 장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독특한 팬덤 문화가 생겨나고 있었다. 팬들은 콘텐츠를 잘 즐기기 위해 자신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했고, 더 나아가 스스로 창작의 주체가 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클래스101은 이같은 팬덤 산업(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특징을 마케팅에 적용했다. 클래스101 내 크리에이터의 인지도를 높이고 팬덤 형성을 지원하는 협업을 다양하게 진행했다. ‘101’s pick’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매월 ‘이달의 크리에이터’를 선정해 프로모션 및 광고 계획안을 수립한다. 크리에이터는 팬들 또는 수강생에게 해당 이벤트를 소개하고, 클래스101에서 마케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한 크리에이터의 경우 프로모션 진행 전보다 월 판매액이 1억원 가량 더 발생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MZ세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관계를 맺으며 소통하는 것을 보고 커뮤니티 기능도 강화했다. 클래스101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와 수강생들이 온라인 채널에서 교류를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자신의 취미를 SNS에 공유하는 '전국 취미자랑' 이벤트도 열었다. 서로 필요한 정보와 각자의 취향을 교류하며 새로운 인맥을 쌓고, 크리에이터와 수강생은 물론 크리에이터와 크리에이터, 수강생과 수강생 사이에 새로운 교류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상황 2 단순 온라인 강의 플랫폼?
도전 2 철학이 담긴 브랜드 캠페인
온라인 클래스 수요가 늘면서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브랜드 철학이 대중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 왔다. 단순한 온라인 강의 플랫폼으로 이미지가 한정될 경우 시장 확장에 한계가 생기고 성장이 정체될 수도 있었다. 단순 강의 플랫폼에서 비전을 키워 ‘모두가 좋아하는 일을 배우고 크리에이터로 삶을 꿈꿀 수 있도록 하자’는 철학을 만들고 이를 알리기 위한 대규모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1차 브랜드 캠페인의 키 메시지로 ‘배우지마, 101해’를 정했다. 정해진 형식에 맞춰 남들과 같은 길을 걷는 게 아닌 진짜로 원하는 것을 배우고 주도적으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며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립해가는 인생을 응원하겠다는 클래스101의 철학을 담았다. 지난해 8월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배우지마, 101해’ TV CF를 방영했다. 서울 주요 지역의 전광판, 지하철 및 버스 등을 통해서도 다양한 형태의 광고물을 게시했다.
이 메시지를 완벽하게 전할 수 있는 브랜드 페르소나로는 아티스트 박재범을 발탁했다. 박재범이 평소 대중에 보여왔던 가치관과 클래스101이 지향하는 철학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우지마, 101해’ TV CF는 유튜브 조회수 300만회를 돌파했고, 브랜드의 방향성을 잘 보여줬다는 점을 인정받아 ‘맥스서밋 어워드 2021’에서 수상했다. 대대적인 브랜드 캠페인을 펼치면서 동시에 사이트 내 연관 프로모션을 진행해 매출을 늘렸다. 같은 해 11월엔 2차 캠페인을 진행하고 키 메시지를 ‘101하는 사람’으로 정했다. 세상의 모든 것엔 배움이 있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당신이 원하는 모든 클래스’를 전면에 내세워 총 3편의 추리물 시리즈 영상을 선보였다. 클래스101 마케팅 총괄 김현우 리드는 “연속 전개된 매스 캠페인은 TV CF부터 온라인 콘텐츠, 각종 프로모션까지 브랜드 철학의 맥락을 이어가는 통합적인 마케팅 활동이었다”며 “클래스101만의 아이덴티티와 철학을 확실하게 전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상황 3 누적 클래스 4000개 확보
도전 3 구독 서비스로의 전환
클래스101은 업계 선두두자로 자리매김했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상황 속에서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가기 쉽지 않겠다는 판단 아래 사업 방향성의 재설정이 필요했다. 최근 구독 서비스인 ’클래스101+‘를 새롭게 출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배경이다. 클래스101+는 월 1만9000원에 25개 카테고리, 4000여개의 클래스를 무제한 수강 가능한 구독 서비스다. 권정화 클래스101 커뮤니케이션 리드는 “구독 서비스로의 전환이 가능했던 건 그동안 다채로운 카테고리에서 4000개의 클래스를 확보해놨기 때문”이라며 “미국 시애틀과 일본 도쿄에도 오피스가 있고, 약 120개국의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사용 중인만큼 글로벌 구독 플랫폼으로 전환하면 전 세계의 크리에이터와 수강생이 만나는 경험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고 했다.
클래스101+를 론칭하기 전 리서치를 기반으로 개발, 프로덕트, 디자인 등 전방위적 실험을 통한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클래스를 지속적으로 수강하는 지표를 ‘수강 리텐션’이라고 하는데, 베타 테스트 기간동안 수강생들이 최대 170% 가량 더 지속적으로 클래스를 듣는 것을 확인했다. 수강생들을 직접 만나 대면 인터뷰도 진행했다. 수강생들은 구독서비스인 클래스101+의 장점으로 선택 가능한 클래스 폭의 확장, 가격 부담 감소, 더 빠른 콘텐츠 선택 가능, 흥미로운 분야의 확장 등을 꼽았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이끄는 대표 기업인 클래스101는 광고부터 랜딩 페이지, 수강 경험까지 전 과정에서 유저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게 과제다. 또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마케팅을 진행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야를 확보하려면 공통된 분석 기준과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툴이 필수다.클래스101은 내부 데이터팀을 통해 자체적인 마케팅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대시보드를 구축, 정확하고 일관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황 분석 및 판단, 의사 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클래스101 내 ‘UX Insight Team’의 리서치를 통해 발견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클래스에 대한 니즈, 수강생의 성향, 국가마다 다른 사용성 등을 파악하면서 이에 적합한 마케팅 활동으로 거래액과 ROAS(광고비 대비 매출액) 상승을 만들었다. 최근 구독 서비스로의 전환 역시 이같은 데이터 기반 테스트 결과와 리서치를 바탕으로 이뤄졌고, 여기에 고도화된 마케팅 기법을 결부시켰다.
김현우 클래스101 마케팅 리드는 “사람이 운영하는 마케팅과 노출엔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머신러닝 기능을 활용해 마케팅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며 “정교한 맞춤형 콘텐츠가 수강생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기술 투자도 꾸준히 한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STP 전략의 첫번째 스텝은 시장을 세분화(Segmentation)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남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시장을 세분화할 경우, 결과적으로 특별한 차별화 역시 도출하기 힘들다. 이때 좋은 방법은 애초부터 시장을 다르게 분류해보는 것, 즉 과감하게 “새로운 방식의 Segmentation”을 시도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과거 현대카드의 시장 세분화 전략을 들 수 있다. 현대카드 설립 당시 국내 신용카드 시장의 전통적인 시장세분화 방식은 “인구통계 변수”, 즉 성별, 연령, 소득 수준 등에 의한 분류였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신용카드 시장에는 여성 전용 카드(ex. Lady 카드), 특정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카드 (ex. 2030카드), 고소득자를 위한 프리미엄 카드 등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현대카드가 소비자의 Lifestyle, 즉 “심리적 변수”에 기반한 시장세분화를 새롭게 시도했다. 현대카드는 이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이 자동차에 집중된 소비자를 위한 ‘M 카드’, 라이프스타일이 쇼핑에 집중된 소비자를 위한 ‘S 카드’, 라이프스타일이 여행에 집중된 소비자를 위한 ‘T 카드’ 등을 내놓았다. 이것이 당시 소비자들에게 매우 효과적으로 어필되었고, 현대카드 성공의 초기 기반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클래스101의 경우에도 시장세분화 방식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고 해석된다. 과거 우리나라의 교육 시장은 대부분 학년별, 연령대별, 즉 인구통계 변수 기준으로 시장을 세분화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 교육 시장 역시 청소년들의 입시 교육, 대학생 혹은 사회초년생을 위한 취업, 재취업 교육 서비스 등이 주요 시장으로 형성되어 왔다.
그런데 클래스101은 이러한 전통적인 교육 시장에 “취향, 취미, 진짜 원하는 것, 주도적 삶, 크리에이터, 팬덤” 등과 같은 새로운 가치를 또 다른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과거 온라인 교육 시장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교육 시장 세그먼트가 창출되었고, 결과적으로 클래스101이 기존의 전통적인 온라인 교육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되었다.
이처럼 마케터들은 과거의 전형적인 시장세분화 시각에서 과감하게 벗어나는 노력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방식의 시장세분화가 어쩌면 과거에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차별화의 기회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 기존 경쟁의 판을 흔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이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클래스101은 유학시절 미국 대학의 가장 기초과목의 교과번호였던 것 같다. 처음 들어보는 ‘클래스101’이라는 회사를 알기 위해 유튜브에서 ‘배우지마, 101해’를 찾아봤다. “화가 되려고 꼭 미대 갈 필요는 없어요”, “78장의 카드 뜻 다 외우지 않아도 타로 할 수 있어요”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화가, 타로 리더,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 필라테스 강사 등이 잇따라 등장했다.
“모든 게 다 숙제 같아요. 대학 나와야 하고, 회사 가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남들 눈치 보는 일은 이제 그만”, “세상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잖아요”, “결국 내가 즐길 수 있는, 내 가슴이 뛰는 일이 중요하죠”, “쓸데없어도 괜찮아요. 삶의 질은 쓸데없는 일에 의해 결정돼요”, “내가 하는 일을 행복하게 해야 내 전반적인 인생이 행복하겠구나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MZ세대로 보였던 영상 속의 인터뷰를 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진짜 사랑하는 일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를 이렇게 표현했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클래스101이 지향하는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이라는 메시지는 수많은 소비자 특히 앞으로 소비의 중심을 차지할 ‘미래세대’인 MZ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몇 해 전 베이비붐 세대, X세대 그리고 MZ세대 5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대별 가치관 조사를 보면, “자신의 미래가 ‘자신의 개인적인 노력이나 선택’과 ‘외부 환경변화의 영향’ 중 무엇에 의해 더 결정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MZ세대는 자신의 개인적인 노력이나 선택에 의해 자신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기성세대(베이비붐 세대 및 X세대)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MZ세대가 기성세대에 비해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배우지마, 101해’에 등장한 MZ세대가 쏟아낸 말을 재확인시켜주는 것이다. 기업과 마케터들이 MZ세대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굳이 MZ세대가 아니어도 베이비붐 세대나 X세대 또한 ‘밥벌이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배움 자체를 즐기기 위해 하는 배움’만큼 즐거운 일은 없을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은퇴 후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큰 과제로 주어진 이들에게 ‘클래스 101+ 구독서비스’는 좋은 돌파구가 될 것 같다. 이제는 평생교육의 시대이고 은퇴는 제2의 인생의 서막을 여는 이벤트이다. 은퇴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클래스101의 내일을 기대하며 구독서비스를 신청하려고 마음 먹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