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만섬, 우리가 몰랐던 제주愛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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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이번 여름휴가에 어디 가냐”고 물으면 자주 들리는 곳이 제주다. 어느새 제주는 흔한 여행지가 됐다. 이색적이고 독특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어지간한 장소는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꺼려질 지경이다. ‘여기는 지난번에 가봤고, 저기는 누구나 아는 관광지고….’ 몇 차례 제주를 찾은 사람들은 색다른 장소와 경험을 찾다가 결국 스마트폰만 바라보게 된다. 제주 여행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게 하나의 도전이 돼 버렸다.
제주도는 1847㎢의 넓은 땅이다. 어떻게 겪어본 것만 있을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 없었던’ 제주 여행은 어려운 걸까. 이번 웨이브는 새로운 제주를 소개하기 위해 기획했다. 1만 년 전 용암으로 빚어진 제주 동굴의 속살을 찾았고 ‘제주삼춘’(이웃이나 연장자를 친근하게 부를 때 쓰는 말)들과 작은 동네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작은 명소도 눈여겨봤다.동굴 탐험은 ‘전에 없는 경험’이 됐다. 용암이 무작위로 만든 미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영겁의 시간을 지닌 제주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 손과 발로 기어다녀야 하는 동굴에선 저절로 “집에 가고 싶다”는 소리가 나왔다. 올라도 올라도 보이지 않는 오름의 정상을 앞두고는 괜히 시작한 여행이라는 후회도 들었다.
하지만 여행을 마쳤을 때는 그 어느 때보다 할 이야기가 많았다. 서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제주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어서 빨리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의욕이 넘쳤다.
제주 곳곳을 뒤지면서 만난 풍광과 경험은 어느 여행 상품보다 다채로웠다. 자그마한 빈티지 가게에서는 백화점에서 구할 수 없는 상품을 만날 수 있었고, 어느 모퉁이 카페에서는 육지에서 보기 힘든 디저트를 맛봤다. 사람이 몰리는 유명한 곳에서도 색다르게 접하는 방법을 동원했다. 어떻게 보면 제주에서의 색다른 경험은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못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제주도를 색다르게 즐기는 재주를 소개한다.
제주=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