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배달 앱은 '봉이 김선달'인가
입력
수정
지면A34
박동휘 유통산업부 차장요즘 배달 앱은 시쳇말로 동네북 신세다. 한때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배달의민족(법인명 우아한형제들)은 물을 금값으로 둔갑시켜 판 봉이 김선달 취급을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년여 동안 적어도 밥 먹는 문제만큼은 해결해준 배달 앱의 공(功)은 사라진 지 오래다. 공치사는 고사하고 인플레이션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될 정도다.배달 앱에 대한 시선이 얼마나 부정적인지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포장 주문 수수료 논란에서 엿볼 수 있다. 포장 주문이란 소비자가 배달 앱으로 주문한 뒤 음식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갑론을박이 발생한 지점은 포장 주문 수수료가 합리적인가, 수수료가 붙어야 한다면 누가 내야 하는가다.
배달 앱 사업자 입장에선 포장 주문도 ‘상품’이다. 정보기술(IT) 시스템 유지비, 고객 관리 등이 필수다. 일반 배달 주문 상품처럼 식당주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데 비용이 들어가니, 현재 무료인 포장 주문 서비스를 언젠가는 유료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업자의 주장이다.
배달 생태계의 '제로섬 게임'
수수료를 내야 할 음식점주의 생각은 다르다. 포장 주문엔 배달이 빠져 있으므로 돈을 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의 이면엔 일종의 ‘군만두 심리’가 깔려 있다. ‘최소 6.8%의 주문 수수료를 냈는데 포장 주문은 공짜로 해줘도 되는 것 아니냐’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배달 앱이 동네북 신세로 전락한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난마처럼 얽힌 사업 구조 특성이 태생적 한계로 꼽힌다. 소비자, 음식점주, 배달기사 등 제각각 이해관계가 다른 행위자를 중간에서 조율해야 하는 것이 배달 플랫폼의 숙명이다.문제는 이 과정이 사실상 제로섬 게임으로 변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쪽이 이득을 얻으면, 다른 쪽은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배달기사 부족으로 배달비가 오르면 소비자와 음식점주가 이를 분담해야 하는데 얼마씩을 내야 할지에 대해선 제각각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모두가 이득을 볼 것 같았던 배달의 ‘엘도라도’가 제로섬 게임으로 변질한 것은 사업자 간 무한경쟁을 벌인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비자에게 쿠폰을 남발하고, 배달비를 일부 대납해주는 등 ‘쩐의 전쟁’을 펼치면서 배달 시장의 참여자들이 ‘공짜 군만두’를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들었다. 없던 수수료를 부과하려 한다거나 수수료를 올리려고 할 때마다 벌떼같이 일어나 반발하는 이유다.
'공짜 군만두' 가능하지 않아
사실 배달 플랫폼 시장은 풍전등화 위기에 놓여 있다. 미국 간판 배달 앱인 도어대시에 대해 일부 애널리스트가 목표 주가를 ‘0원’으로 책정했을 정도다. 1위 사업자인 배민의 영업손실은 756억원으로 전년(112억원) 대비 일곱 배 가까이 증가했다.평범과 비범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배민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던 것은 길바닥에 뿌려져 있는 전단에서 배달 플랫폼을 생각해낸 찰나의 아이디어 때문만은 아니다. 평범한 생각을 실제 사업으로 키우고 2000여 명 직원의 일터를 키워낸 고단한 노력이 그의 비범함이다.
한국의 배달 앱 사업자들은 지방자치단체에다 대형은행의 공세까지 감당해야 할 처지다. 이들은 아이디어 도둑질도 모자라 배달 중개를 공짜 점심으로 제공할 것인 양 홍보한다.
배달을 일종의 공공재라고 호도하는 셈이다. 되묻고 싶다. 국민 세금을, 고객 예금을 연간 수조원씩 드는 배달 앱 유지에 투입할 자신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