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챙기는 MZ세대에 인기"…요즘 술엔 '이것'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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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에 부는 '무가당'·'무알코올' 바람주류업계에 '슈거 프리'와 '알코올 프리' 바람이 불고 있다. '서민의 술' 소주 시장에선 지난해부터 당류를 첨가하는 대신 인공감미료를 넣은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맥주 시장에선 이른바 '무알코올 맥주'로 불리는 음료 제품군의 약진이 돋보인다.
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오는 14일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소주 제품인 '처음처럼 새로'(사진)를 출시한다.
신제품의 알코올 도수는 16도로, 알코올에 물을 섞은 희석식 소주이나 최근 주목받고 있는 증류식 소주를 첨가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기존 소주 제품에 넣던 과당류를 사용하지 않은 점을 내세웠다.
롯데칠성음료는 "산뜻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며 소주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해 증류식 소주를 첨가했다"고 소개했다.지역소주 기업들이 제로 슈거 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전국구 기업도 나선 것이다. 앞서 무학이 지난해 9월, 대선주조는 올해 1월 주력 제품을 리뉴얼하면서 과당을 넣지 않은 제품을 각각 선보였다. 무학의 '좋은데이'는 스테비아를, 대선주조의 '대선'은 토마틴을 넣었다.
과당류 대신 인공감미료를 넣어 칼로리를 줄인 먹거리가 인기를 끄는 최근 식음(F&B)업계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내년부터 도입되는 주류 제품의 열량(칼로리) 자율 표시에 대비한 조치이기도 하다. 주류업계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주류 제품의 열량 자율표시를 확대 추진하기로 한 상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소비자들이 소주·맥주 등의 칼로리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이와 함께 위스키 등 각종 주류에 섞어 마시는 '토닉워터' 시장에도 슈거 프리 유행이 번졌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해 제로 칼로리 버전인 ‘진로토닉워터 제로’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 같은 콘셉트의 '진로토닉워터 진저에일'을 출시했다. 일화 역시 지난달 대체감미료인 에리스리톨로 칼로리를 낮춘 '초정 토닉워터 제로’를 출시했다.맥주 시장에서는 '알코올 프리' 부문의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통상 '무알코올 맥주'로 불리는 제품들은 알코올이 전혀 없으면 무알코올(알코올 프리), 1% 미만일 경우 비알코올(논 알콜릭)음료로 분류된다.
업계에 따르면 2012년 하이트진로음료가 '하이트제로 0.00'으로 연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그해 12억원에서 지난해 2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올해도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일례로 편의점 CU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무알코올 맥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7% 뛰었다. 2020년(59%)과 지난해(526.9%)의 고성장에 이어 올해도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국내 시장을 연 '하이트제로0.00'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81% 급증한 점도 시장 성장세를 방증한다.이같이 수요가 늘어나면서 올해도 뉴페이스가 줄줄이 등판했다.
국내에선 수제맥주업계 첫 코스닥 상장사 제주맥주가 올해 알코올 도수 0.5도의 '제주누보'를 출시했다. 해외 맥주 중에선 버드와이저가 알코올 도수 0.05% 미만인 '버드와이저 제로'를 국내에 들여왔다. 벨기에 밀맥주 브랜드 호가든 역시 논알콜릭 '호가든 제로'와 과일향을 더한 '호가든 프룻브루' 2종을 선보였다.
이는 주류 소비층으로 떠오른 MZ(밀레니얼+Z)세대가 건강을 챙기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회식 등이 줄어들면서 술자리 문화가 변하고 도수 낮은 주류의 인기가 들어난 점도 일조했다. 국제주류시장연구소(IWSR)는 세계 저알코올·무알코올 맥주 시장의 2019~2024년 연평균 성장률을 5.9% 수준으로 전망했다.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무알코올 맥주 등 저도주들은 건강을 챙기는 MZ세대에게 인기를 끌면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