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잡고 애플 키울거냐"…'통화녹음 금지법' 불만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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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동의 없는 통화 녹음 금지법'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중심으로 '상대방 동의 없는 대화 녹음'을 금지하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핸드폰 시장에서는 통화녹음 기능을 제공하는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할 유인이 줄어들 수 있어 의도치 않게 애플만 키워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연령대가 낮을수록 아이폰 선호도가 높은 상황에서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비율 또한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게 나타나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환승' 현상을 낳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여론조사 반대가 64%…찬성 약 3배
최근 시장 주도권은 MZ가 쥐고 있어
입법 반대·애플 선호 저연령일수록↑
"의도치 않게 산업에 타격 입힐 수도"
국민 3분의 2는 '법안 반대'
지난 18일 윤 의원은 지난 18일 동의 없는 대화의 녹음을 금지하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박덕흠·김선교·박대수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0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실제 입법이 될 경우, 녹음만으로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윤 의원 등은 개정안 제안이유에 대해 "(현행 법은) 사생활의 자유 또는 통신 비밀의 자유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개정안이 실행되면 대선 기간 중 공개돼 거센 파장을 일으켰던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녹취록 파문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녹음이나 대화 내용을 공개한 당사자 모두 처벌받게 된다. 통화를 주고받고 이를 녹음했던 기자는 물론, 녹음파일을 전달받아 이를 보도한 기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여론은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26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통화녹음 법안 발의에 대해 찬반을 물은 결과, 반대하는 의견이 64.1%로 찬성 23.6%의 3배가량 많았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2.3%였다.
통화녹음 반대도, 시장 주도도 MZ인데
…"어릴수록 애플 선호도 높아"
여론의 눈길은 정치권보다 스마트폰 시장을 향하고 있다. 통화녹음 기능을 중시하는 국내 사용자들에게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할 이유가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애플페이가 국내 상륙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오면서 갤럭시 사용자들이 애플로 갈아탈 유인이 더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최근 스마트폰 성장을 주도하는 계층은 MZ(밀레니얼+Z세대)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분기별로 60~80% 안팎으로 1위다. 특히 지난해 3분기 갤럭시의 점유율을 85%까지 올리는데 기여한 Z폴드3와 Z플립3의 판매량도 MZ의 공헌이 가장 컸다. 전체 구매자 통계는 없으나 지난해 Z폴드3·Z플립3의 사전예약자 중 30대(36%)로 가장 많았고 40대(25%), 20대(23%), 50대 이상 (14%), 10대 이하(2%) 순이었던 점에서 이들의 구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법안 발의에 반대하는 연령대도 MZ가 중심을 이뤄 갤럭시에게는 불리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리얼미터 조사상 연령대가 낮을수록 법안에 반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반대 비율은 전 연령대에서 찬성 비율을 최소 2배 이상 웃도는 가운데, 18~29세가 80.7%로 가장 높았고, 이어 30대 75.4%, 40대 71.2%, 50대 61.9%, 60대 50.7%, 70세 이상 40.1% 순으로 집계됐다.무엇보다 문제는 어릴수록 애플 선호도 또한 높다는 점이다. 지난 7월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2022 스마트폰 사용률&브랜드,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향후 구입 의향 브랜드를 묻는 질문에 삼성은 40대 이상에서 두드러지며(20대 42%, 30대 54%; 50·60대 80% 육박), 애플은 저연령일수록(20대 53%, 30대 39%, 40대 20%; 50대+ 2%)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한국갤럽 관계자는 "저연령대의 스마트폰 브랜드 선택이 미래 점유율의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른바 '통화녹음 금지법'이 현실화되더라도 즉시 삼성전자 스마트폰 매출에 큰 타격을 입힌다기보단, 저연령층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점진적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개인정보보호 강화 차원에서 입법이 이뤄진다는 취지는 알겠으나 산업에 의도치 않은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