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 中 수출금지' 엔비디아 "현지 개발은 가능" 진화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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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1일까지 홍콩 통해 인도"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중국 수출 금지 명령으로 위기를 맞은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 엔비디아가 중국에 개발 과정을 일부 나눠둔 최신 칩의 개발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우려 해소에 나섰다.
엔비디아는 1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당국이 신형 H100 반도체 칩의 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수출과 재수출 및 국내 이전을 이미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또 △H100과 기존 A100을 2023년 9월1일까지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선적하는 허가와 △A100을 2023년 3월1일까지 중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허가도 받아놓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전날 미 정부가 엔비디아에 H100과 A100, 이와 동급의 인공지능(AI)용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중단하라고 지난 26일 통보한 사실을 공시했다. 전날 엔비디아의 주가는 중국 매출 감소와 H100 개발 차질 등의 우려로 7% 이상 급락했다.
H100과 A100은 AI와 슈퍼컴퓨팅 등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다. GPU는 PC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다수의 연산을 동시해 수행할 수 있어 적용 범위가 늘어나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안에 H100 개발을 마칠 예정이며, 일부 개발 공정을 중국에서도 진행 중이다.
중국의 AI용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9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분기에 이미 4억달러(약 5400억원)에 달하는 A100·H100 주문을 중국에서 수주했다. 엔비디아는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중국에서 올리고 있다. 미 당국은 엔비디아 경쟁사인 AMD의 AI용 GPU인 'AMD 인스팅트 MI250'의 중국 수출도 막았다. 해당 반도체가 중국군에 의해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치로 세계 최고로 평가받아온 중국의 AI 경쟁력이 크게 타격받을 것으로 진단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는 알고리즘, 영상 분석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엔비디아와 AMD의 GPU를 쓰고 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국가안보 개념을 남용하면서 기술 우위를 이용해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산당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 AI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긴 하지만 중국의 스타트업이 일부 영역에선 이미 더 높은 기술을 개발했다"며 "중국 기업들이 미국 업체들의 빈자리를 빠르게 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