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원→5000만원' 껑충…"돈 된다" 소문에 10초 만에 완판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85]
중국 NFT 시장 펄펄 끓는다
너도 나도 뛰어들자…中 리셀 금지하고 법제화 움직임
사진=바이우, 딥브레인AI
중국 펑파이 신문에 따르면 옷 가게 사장 송모 씨는 지난 6월 3만위안(약 590만원)을 투자해 대체불가토큰(NFT) 컬렉션을 구매했습니다. 10일 뒤 NFT 작품을 팔아 벌어들인 돈은 10만위안(약 2000만원). 불과 2주도 안되는 기간 무려 3배 넘는 수익을 거뒀습니다. 송 씨는 "한 어플리케이션(앱)에서 무료 증정품으로 나눠준 디지털 컬렉션이 한때 8000위안(약 156만원)까지 급등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인공지능(AI) 전문기업 딥브레인AI도 지난 4일 중국 NFT 플랫폼인 아이박스(iBox)에서 남자친구, 여자친구 콘셉트의 NFT 상품 'AI 친구' 5000개를 발행했는데, 10초 만에 완판됐다고 합니다. 중국판 발렌타인데이 '칠석절'를 기념해 동양인 여성(2000개)·동양인 남성(1200개)·서양인 여성(1000개)·서양인 남성(800개) NFT 상품을 내놨는데,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금세 팔렸습니다. 개당 판매가는 99위안(약 1만9000원)으로 판매 수익은 49만5000위안(약 9700만원)에 달합니다. 회사 관계자는 "각각 의상부터 표정, 자세, 외모까지 다르게 만들어져 구매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하도록 했다"며 "현지 NFT 평균가보다 3배 이상 높은데 오픈과 동시에 접속자가 몰리며 발행 10초 만에 완판됐다"고 말했습니다.
NFT에 대한 관심으로 대륙이 펄펄 끓고 있습니다. NFT는 대체할 수 없는 토큰이라는 뜻으로, 토큰마다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갖고 있어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희소성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유·무형 자산에 고유한 소유권을 부여할 수 있어 최근 디지털 예술작품, 게임, 콘텐츠 등 여러 분야에서 NFT 상품이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디지털 자산은 손쉽게 복사가 가능해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NFT 등장으로 고유의 소유권을 인정받고 NFT 상품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입니다.

3500원→5000만원 '껑충'…"돈 된다" 소문에 관심 폭증

현지에서 판매되는 NFT 상품. 주로 예술작품이 많다. 사진=바이두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NFT 열풍이 불면서 중국에서도 NFT 상품이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시작하면 부자가 된다"는 인식 속에 유행처럼 손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NFT 상품이 게시되는 시간에 알람을 해놓고 구매한 다음, 이를 되팔아 수익화하는 등 2차 거래에 열을 올리는 모습입니다. 90년대생 왕모 씨는 지난달 중국 매체 신징바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15위안(약 2900원)짜리 NFT 상품을 구매해 온라인에서 재판매를 해봤는데, 올리자마자 400위안(약 7만8000원)에 재구매하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금새 20배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진지하게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판매 개시 이후 10초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사실상 구매를 못할 정도라고 합니다.
관영 매체 신화사가 내놓은 NFT 상품. 사진=신화사
NFT 열풍이 불면서 현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징둥닷컴, 바이두, 샤오미, 바이트댄스 등 수 많은 기업들도 속속 NFT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6월에는 텐센트가 내놓은 NFT 플랫폼 환허에서 개당 18위안(약 3500원) 짜리 NFT 상품이 이후 중고 거래 시장에서 최고 26만위안(약 500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가상 자산 '거품'을 경고하던 관영 신화 통신도 지난해말 한 해 동안 기자들이 찍은 보도사진 등을 모아 약 11만점의 NFT 상품으로 만들어 팔정도로 폭 넓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업계에서는 중국에서 현재 약 300개가 넘는 NFT 거래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신징바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NFT 상품은 약 456개로 총 1억5000만위안(약 294억원)어치에 이른다고 합니다. 2026년에는 중국 NFT 시장 규모가 300억위안(약 5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NFT 열풍은 전 세계적입니다. 예술작품뿐 아니라 부동산, 한정판 명풍 등 실물 자산과 연계된 다양한 NFT 상품이 출시되면서 상품성과 가치가 상승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사이트 듄 애널리틱스(Dune Analytics)에 따르면 글로벌 브랜드의 NFT 사업에서 나이키는 1억8500만달러(약 2500억원) 수익을 내며 1위를 기록했습니다. 뒤이어 돌체앤가바나(2565만달러·약 347억4000만원), 티파니(1262만달러·약 171억원), 구찌(1156만달러·약 156억5000만원), 아디다스(1095만달러·약 148억3000만원), 버드와이저(588만달러·약 80억원), 타임지(460만달러 약 62억3000만원)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전 세계 NFT 시장 규모는 400억달러(약 47조9000억원)로 1년 전 10억달러(약 1조1980억원)에 비해 40배 성장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너도 나도 뛰어들자…中 리셀 금지하고 법제화 수순

알리 둔황 NFT 상품. 사진=바이두
선풍적인 NFT 인기에 중국 정부는 시장이 과열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아직은 공식적인 규제안을 내놓진 않았지만, 투기나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되팔아 차익을 거두는 '리셀'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일반인은 NFT 상품을 만들지 못하고 기업 또는 기관이 허가를 받아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부 기조에 맞춰 텐센트·알리바바 등 대표 IT 기업들은 지난 7월 NFT 거래시 법정 화폐만을 이용하고 실명 거래만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자체 규제안을 발표했습니다.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IT기업들은 NFT를 '디지털 소장품'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4월 금융단체 역시 NFT가 증권·보험·대출 등 금융자산의 발행에 쓰여서는 안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런 제안은 법적 효력은 없지만 사실상 중국 당국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혁신적 기술'이라는 점에서 NFT 시장은 매우 매력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소수 시장 참여자들이 거래를 하고 있는 데다 변동성이 커 자칫 '투기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은 매우 조심스럽게 NFT 산업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평등'해야 하는 사회주의 체제 특성상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는 '투기' '불로소득'은 자칫 제체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강한 통제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기술 자체의 혁신성을 인정하는 만큼 정부 주도의 NFT 인프라를 구축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양성화하는 움직임입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블록체인은 핵심 기술로서 혁신의 중요한 돌파구"라며 블록체인 기술이 제시하는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정부 주도로 운영 중인 블록체인 서비스 네트워크(BSN)에 NFT를 발행·유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점진적으로 NFT에 대한 법적 정의와 거래 규칙을 수립하고 향후 NFT 2차 거래 시장 허용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