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작은 아씨들' 중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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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서의 이유 있는 고전“<작은 아씨들>은 소녀들에겐 영혼의 책이다. 소녀들은 누구나 자신이 네 자매 중 누구인지 생각하며 성장한다. 이 자매들을 현대 한국으로 데리고 와 보고 싶었다.”
루이자 메이 올컷
1868년 출간 美고전, 韓서 드라마화
19세기 남북전쟁 한창이던 미국 배경
네 자매가 가난에 대처하는 방식 그려
7번 영화화…올해 작가 탄생 190주년
3일부터 tvN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작은 아씨들’(사진) 극본을 쓴 정서경 작가의 말이다. 그는 “소설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담아 감히 제목을 ‘작은 아씨들’로 지었다”고 했다. 정 작가는 영화 ‘헤어질 결심’ ‘아가씨’ 등을 집필한 스타 작가다. 여기에 ‘빈센조’ ‘왕이 된 남자’ 등을 연출한 김희원 PD, 배우 김고은 남지현 엄기준 김미숙 등이 총출동해 드라마는 첫 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화제작이 됐다.1868년 처음 출간된 고전 소설 <작은 아씨들> 속 자매들은 대체 어떤 매력을 가졌기에 150년 뒤 한국으로 초대됐을까.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은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네 자매의 성장을 그렸다. 여기까지 들으면 꽃같이 아름다운 네 소녀의 향기로운 일상이 펼쳐질 것만 같다. 하지만 소설 속 자매들은 만만치 않다. 첫 문장부터가 그렇다. “선물 없는 크리스마스가 무슨 크리스마스야.” 둘째 조의 불평으로 소설은 대뜸 시작된다. 뒤이어 첫째 메그의 한숨이 이어진다. “가난은 정말 끔찍해!”
네 자매의 아버지는 목사로, 남북전쟁에 참전해 집을 비웠다. 네 자매는 어머니인 마치 부인을 총사령관으로 삼아 전쟁 같은 현실과 맞선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유머도 잊지 않는다. 후원자인 친척에게 보낼 이불을 만들며 네 자매는 각자 맡은 부분을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로 부른다. 각 대륙에 속한 나라에 관해 이야기하며 바느질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네 자매가 가난에 대처하는 방식을 통해 자연스레 네 인물의 개성과 매력이 드러난다. 예컨대 아름다운 첫째 메그는 가정교사로 일하며 돈을 버는데, 허영심과 현실감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독자는 이들 중 자신과 닮았거나 자신이 닮고 싶은 인물에 공감하며 이야기에 빠져든다.
저자 올컷의 경험도 녹아들었다. 올컷의 아버지는 사회운동가로, 돈 버는 재주가 없었다. 소설가를 꿈꾸는 둘째 조는 작가의 분신이다. 올컷은 삯바느질, 가정교사, 소설 일로 가족들을 먹여 살렸고 <작은 아씨들>이 크게 성공한 덕에 가난에서 벗어났다. 조는 여성 작가들의 롤모델이었다. 프랑스 소설가이자 철학자, 여성운동가 시몬 드 보부아르 역시 조를 보면서 작가로서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당대로서는 드물게 주체적 여성들의 연대를 그린 작품이다. 100년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일곱 차례나 영화화됐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유쾌하고 울림 있는 이야기라는 증거다. 올해는 올컷의 탄생 190주년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