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 스님 "모두와 소통…사부대중의 손과 발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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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첫 '무투표 당선'“현대 사회의 가장 큰 병폐는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평안하지 않다’는 겁니다. 불교는 이런 문제를 풀 힘을 갖고 있어요. ‘참선과 명상, 치유를 통해 마음의 평화란 인생 최고·최대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리면 불자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통·교구·포교' 정책기조 제시
28일 취임·4년간 임기
"봉은사 폭행…있으면 안될 일
현대인 마음 치유하는 불교될 것"
2일 대한불교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으로 당선된 진우 스님(61·사진)은 “불교 중흥의 새 역사를 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진우 스님은 이날 열린 조계종 최고의결기구인 원로회의에서 신임 총무원장으로 인준받았다. 총무원장은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행정을 총괄하는 자리다. 진우 스님의 임기는 오는 28일부터 2026년 9월까지다.진우 스님은 1994년 총무원장 선거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무투표 당선’된 총무원장이다. 2019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딱 한 명만 총무원장에 나서면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이날 진우 스님은 종무행정의 근간이 될 키워드로 소통, 교구, 포교를 꼽았다. 종단 소속 스님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종무행정 현장인 전국 교구본사와 협력해 적극적인 포교를 펼쳐가겠다는 의미다.
진우 스님은 조계종이 직면한 위협 중 하나로 불교 인구 감소를 꼽았다. 그는 “교인이 줄고 있는 다른 나라,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국내 불교 인구도 감소 혹은 정체돼 있다”며 “불교의 인적 구성 요건들을 재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최근 ‘봉은사 폭행 사건’으로 불교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조계종을 이끌게 됐다. 앞서 지난달 조계종의 한 노동조합원이 봉은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종단 실세인 자승 전 총무원장을 비판했다가 봉은사 스님 등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진우 스님은 “어떤 경우라도 신체적 접촉이나 폭력이 있으면 안 된다.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해당 스님도 참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세심하게 살펴 자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했다.그는 후대에 보여줄 이상적인 불교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의 성과와 공덕 위에서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잘하고 있는 건 더 잘하고, 고칠 건 고칠 것이며, 바꿀 건 과감히 바꿀 것”이라며 “불교 본래의 진면목을 드러내 불교의 저력이 우리 사회를 두루 덮을 수 있도록 매사에 사부대중(四部大衆·스님과 신도를 통틀어 가리키는 말)의 손과 발이 되겠다”고 했다. 불교·전통문화 대중화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진우 스님은 “민족의 삶과 함께해 온 전통문화는 국가와 사회의 자긍심이기에 국민과 더욱 가까워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961년 강원 강릉에서 태어난 진우 스님은 1978년 강릉 보현사에서 관응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98년 양산 통도사에서 청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집을 떠나 출가한 행자는 스님이 지켜야 하는 계율인 사미계, 구족계를 받아들이는 의식을 거쳐야 정식 스님이 될 수 있다.
진우 스님은 이후 용흥사·백양사 등의 주지를 지냈고, 조계종 총무부장·기획실장·사서실장·호법부장·교육원장, 불교신문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설정 총무원장이 2018년 학력위조·은처자 의혹 등으로 물러났을 때 한 달간 총무원장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