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출연 꿈도 못꾸던 시골 사장님…'라방' 찍고 매출 540% 껑충

TV홈쇼핑보다 진입장벽 낮아

지역 소상공인들 판로 뚫어줘
판매자 90%가 소기업이나 개인
"방송 끊김·과장 광고" 불만도
< “어머 이건 사야해” > 2일 한 직장인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인 ‘네이버 쇼핑라이브’의 상품 판매 방송을 보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TV 홈쇼핑을 활용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새로운 판로로 떠오르고 있다. /허문찬 기자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파는 회사 10곳 중 9곳은 규모가 작은 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TV 홈쇼핑 판매자 대부분(81.9%)이 대기업 또는 중기업인 것과 대비된다.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나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TV 홈쇼핑에 진출하기 힘든 소상공인의 중요한 판로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부 소비자 사이에선 라이브커머스 판매자들이 상품 설명을 과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불만도 나온다.

전자상거래 대세 된 ‘라방’

2일 라방바 데이터랩의 데이터 수집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8월 주요 15개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송출된 ‘라방(라이브방송)’ 수는 누적 19만 건에 달한다. 월간으로 보면 지난 1월 1만2000건에서 지난달 기준 2만8000건으로 불었다. 하루에 1000개에 가까운 라방이 진행되고, 그 이상의 상품이 팔리고 있는 셈이다. 라이브커머스는 라이브 스트리밍과 전자상거래의 합성어로,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상품을 사고파는 것을 말한다.이들 플랫폼에서 진행된 라방의 월 조회 수는 1월 31만 건에서 지난달 60만 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월 거래액은 같은 기간 390억원에서 750억원으로 늘었다. 라방바 데이터랩을 운영하는 씨브이쓰리의 김세훈 매니저는 “조회 수로 단순 계산해보면 상반기 기준 하루에 약 1800만 명이 라방을 시청한 셈”이라며 “이제 라방은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대세”라고 했다.

소기업·개인 비중이 90%

라이브커머스는 판매자가 플랫폼을 통해 동영상을 송출하고, 주문도 직접 받기 때문에 부가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 많은 인력과 제품 구성이 있어야만 방송이 가능한 TV 홈쇼핑보다 문턱이 훨씬 낮다. 이승엽 부경대 교수의 조사 결과(7월 18~24일 방송 기준) 네이버 쇼핑라이브 판매자의 84.6%, 그립 판매자의 99.5%가 소기업 또는 개인사업자였다. TV 홈쇼핑 3사 평균(18.1%)보다 소기업과 개인 비율이 높다.라이브커머스가 TV 홈쇼핑에 진입하지 못하는 지역 소상공인들의 판로를 뚫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이브커머스 판매자의 비수도권 비율은 TV 홈쇼핑보다 최대 3.7배 더 높았다.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군에 있는 기업 비율도 홈쇼핑의 2배나 됐다.

부수현 경상대 교수에 따르면 지난 5~6월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라방 마케팅을 한 결과 단 3회의 방송만으로 매출이 최대 547% 증가했다. 부 교수는 “성공적인 라이브커머스는 사장님이 직접 출연한 경우가 많았는데 제품에 대한 지식과 열정, 스토리텔링 등이 소비자에게 신뢰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매출이 전혀 없던 쇼핑몰이 137만원의 매출을 거두기도 했다.

‘AI 셀럽’ 출연도

고속 성장 중인 시장인 만큼 라방 플랫폼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업계 1위 플랫폼은 거래액 기준 62%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네이버 쇼핑라이브다.TV 방송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홈쇼핑 회사들도 앞다퉈 라이브커머스에 나서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H몰은 거래액 기준 2위(점유율 13%) 라방 업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쇼핑이 ‘원톱’인 가운데 홈쇼핑 업체들도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라이브커머스에 인공지능(AI)과 NFT(대체불가능토큰) 등을 접목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라방 전문 플랫폼 그립은 지난달 30일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여에스더 박사를 닮은 AI 휴먼과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했다. 안현정 그립 부대표는 “AI 출연과 같이 새로운 시도를 적극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일부 소비자는 라이브커머스의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라방에 대한 소비자 불만 1위는 ‘잦은 방송 끊김’(51.4%)이었다. 이어 ‘객관적 자료 없이 절대적 표현(최고 최대 제일 등) 사용’(45.0%), ‘상품 성능과 효능 과장’(41.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고은이/김종우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