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기료 상승에 알루미늄 공장도 휘청…"존폐 위기"

'전기 먹는 하마' 알루미늄
비용 부담 증가에 생산량 '뚝'
사진=AFP
유럽의 알루미늄 공장이 존폐 위기에 몰렸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축소 여파로 전기료가 치솟자 에너지 집약적 금속인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게 불어난 탓이다.

블룸버그는 4일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유럽에서 알루미늄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알루미늄은 항공기, 자동차, 무기, 각종 기계 제조에 쓰이는 금속으로 생산 과정에서 많은 전기가 사용된다. 알루미늄 1톤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전기는 약 15메가와트시(MWh) 규모로 1년 동안 독일 가구 5곳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같은 양의 구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기 보다 40배 많은 양이 소비된다.

이처럼 에너지 소모가 큰 알루미늄 공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전기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알루니늄 제련소는 일단 가동을 중단하면 정상화하는 데까지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지만 당장 폐쇄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폴 보스 유럽 알루미늄 사무국장은 "진정한 실존적 위기"라며 우려했다.

이로 인해 유럽의 알루미늄 생산량은 1973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럽 내에서 알루미늄을 구할 수 없게 되자 유럽 국가들은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항공기, 자동차 등을 생산하는 많은 유럽 제조업체들이 가격이 높아질 수 있는 수입산 알루미늄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유럽 알루미늄 공장이 재가동되려면 전기료가 저렴해지고 알루미늄 가격이 높아지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2024~2025년 유럽의 전력 선물 가격이 치솟은 데다 알루미늄 가격도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럽 내 알루미늄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 3월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40% 이상 하락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알루미늄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반영됐다.

유럽 알루미늄 업계는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의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슬로바코 측은 "유럽 알루미늄 시장이 파괴되는 것을 막으려면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유럽이 알루미늄을 전략적인 금속으로 생각한다면 알루미늄 공장에 (저렴한) 전기 가격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