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처럼 따박따박"…박스피 피난처 떠오른 月배당 ETF·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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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배당투자에 빠진 개미들국내 증시가 ‘박스피’에 갇힌 모양새다. 미국 긴축 우려 확대 및 원·달러 환율 상승 등에 따른 변동성에 노출된 채 등락을 반복하면서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정적 투자처로 ‘배당투자’ 상품이 각광받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은 물론 채권까지 월배당·월지급 상품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美 긴축 우려·환율 급상승
코스피, 등락 반복하며 정체
KB운용·미래에셋운용 등
기존 ETF, 월배당으로 전환
예상 배당수익률 年 3~8%대
현금 창출로 고정 수입 확보
지난 1일 KB자산운용은 2018년부터 운용 중인 ‘KBSTAR200 고배당커버드콜ATM ETF’를 월배당 상품으로 전환했다. 분배금 지급 방식을 기존 연 1회에서 월 지급으로 변경했다. 지난달 미래에셋운용도 기존에 운용 중인 ‘TIGER 미국다우존스30’ ‘TIGER 미국MSCI리츠’ ‘TIGER 200커버드콜5%OTM’ ‘TIGER 200커버드콜ATM’ 등 4개 상품을 월배당으로 변경했다. 이 운용사는 매달 배당금을 주는 타깃인컴펀드(TIF)인 ‘TIGER 글로벌멀티에셋TIF액티브’도 최근 출시했다. 약 한 달 사이 월배당형 ETF만 여섯 개가 생긴 셈이다.월배당 ETF는 국내에선 비교적 생소한 상품이다. 지난 6월 신한자산운용이 ‘SOL 미국S&P500’을 국내 최초로 상장하면서 관련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월배당 ETF는 편입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와 배당 등이 매달 나오는 게 특징이다. 매달 현금 창출이 가능해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한 은퇴자 또는 현금 비중을 늘려 증시에 유연하게 대처하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SOL 미국S&P500’은 지난달 처음으로 월 배당금 지급을 시작해 두 차례 지급을 마쳤다. 지난 1일 기준 주당분배금은 13원, 주당분배율은 0.12%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매달 약 12만원씩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 월배당을 시작하지 않은 ETF는 과거 배당수익률을 바탕으로 월 분배금을 가늠해볼 수 있다. 특히 커버드콜 ETF는 일반 지수형 ETF보다 배당수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커버드콜은 현물 주식과 함께 동일한 주식에 대한 콜옵션(사전 약속한 금액에 살 권리)을 매도하는 전략을 쓴다. 주식 배당과 콜옵션 프리미엄(옵션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받는 계약금) 수익도 함께 받을 수 있어 수익률이 높다.미래에셋운용에 따르면 ‘TIGER200 커버드콜5%OTM’과 ‘TIGER200 커버드콜ATM’의 3년간 평균 배당수익률은 각각 연 8%, 연 4% 수준이다. ‘KBSTAR200 고배당커버드콜ATM’의 작년 배당수익률은 연간 3.03%로 나타났다.
ETN 중에서는 ‘삼성 KRX 리츠 TOP10 월배당 ETN’을 주목할 만하다. 국내 유일한 월배당형 ETN으로 지난 7월 상장했다. 국내 상장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담는다. 10월 첫 배당을 시작하며 예상 배당수익률은 연 4~5% 수준이다.
안정성 노린다면 월이자 채권
보다 높은 안정성을 추구한다면 ‘월이자 지급 채권’을 주목할 만하다. 이 채권은 발행 시 이자 분배 주기가 월 단위로 정해진 채권이다.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들은 안정성이 예금만큼이나 높다. 기업 실적에 따라 분배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ETF와 달리 채권 이자 지급액은 고정돼 있다. 월이자 지급 채권은 삼성증권이 지난달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하면서 주요 증권사들이 잇따라 판매에 뛰어들고 있다.삼성증권은 지난달 만기 1~3년의 월이자 지급식 여전채를 1400억원어치 판매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발행한 채권으로 신용등급 AA등급의 선순위 채권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60대 이상 비중이 55%를 넘길 만큼 중장년층의 인기가 높았다”며 “현대캐피탈을 비롯한 다른 회사 채권들도 추가 확보 중”이라고 설명했다.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4일부터 △롯데캐피탈 △엠캐피탈 △오케이캐피탈 등의 월 지급식 여전채 800억원어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롯데캐피탈 채권의 발행이율은 연 4.713%, 엠캐피탈 채권의 발행이율은 연 5.105%다. 1억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세전 기준 매달 39만~42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KB증권과 키움증권도 월이자 채권 판매를 시작했다. KB증권은 연 4% 금리를 지급하는 하나은행 은행채 500억원어치가량을 이달 판매할 계획이다. 키움증권은 연 4.4%의 이자를 지급하는 메리츠캐피탈 여전채를 판매한다.투자 전문가들은 월 지급형 상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ETF와 채권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