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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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프롤로그>
가족과 친지를 만나는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반갑게 정을 나누는 설렘도 있지만 갈등이 있는 사람들은 불편한 시간을 맞기도 한다. 마음속에 앙금이 있다면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먼저 용기를 내어 사과하고 화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행복한 관계로 회복될 것이다. 영화<플립(Flipped), 2017에서 상대방의 진심을 몰라주던 친구는 어떤 계기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고 용기를 내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먼저 사과하는 일이라지만 가장 용기 있고 아름다운 행동임이 분명하다.<영화 줄거리 요약>
새로 전학 온 소년 브라이스(캘런 맥오리피 분)를 보고 첫눈에 빠진 솔직하고 용감한 소녀 줄리(매들린 캐롤 분)는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만 브라이스는 그런 줄리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6년간 줄리의 마음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다가 줄리가 키운 닭의 달걀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건을 계기로 줄리는 브라이스를 피하게 된다. 이상하게도 성가신 그녀가 사라지자 브라이스는 오히려 그동안 자신이 줄리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마음을 발견하게 되고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된다.<관전 포인트>
A. 줄리가 무화과나무를 지키려고 했던 이유는?
줄리의 행복 중 하나는 등교하기 전 가장 큰 무화과나무 위에서 마을 전체를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무의 주인이 집을 짓는데 거슬린다며 그 나무를 잘라버리려 하자 나무를 지키기 위해 나무에 오르고 스쿨버스를 타는 친구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만 친구들은 외면한다. 특히 믿었던 브라이스까지 외면하면서 결국 나무가 잘려나가자 줄리는 우울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런 줄리를 위해 화가인 아버지는 나무를 그려 줄리에게 주며 나무 위에서의 소중했던 기억을 잊지 말라고 그녀를 위로해 준다.
B. 아빠가 나무 위의 풍경이 소중하다고 한 이유는?
아빠는 "항상 전체 풍경을 봐야 한단다. 그림은 단지 부분들이 합쳐진 게 아니란다. 소는 그냥 소이고 초원은 그냥 풀과 꽃이고, 나무들을 가로지르는 태양은 그냥 한 줌의 빛이지만 그걸 모두 한 번에 같이 모은다면 마법이 벌어진단다"라며 나무 덕분에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루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잊지 말라고 일깨워준다.C. 줄리가 마음을 담아 선물한 것은?
학교 과학 실험대회에 참가했던 줄리는 달걀이 부화되는 과정으로 1등을 하게 되고 그때 부화시킨 6마리 닭들이 낳은 달걀이 많아지자 이웃들에게 판매하게 된다. 하지만 줄리는 좋아하는 브라이스에게는 돈을 받지 않고 매일 아침 신선한 달걀을 선물하지만 줄리네 집 뒤뜰이 더러워 달걀이 살모넬라균이 있을 것이라고 트집 잡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는 브라이스는 줄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달걀을 계속 버리게 된다.
D. 줄리가 마음을 접은 이유는?
여느 때와 같이 줄리가 브라이스에게 달걀을 가져다주었고 돌아서서 집으로 가려다 브라이스에게 건넬 말이 있어 다시 그의 집으로 돌아섰을 때 뒷문으로 나와 달걀을 버리는 브라이스를 발견하고 큰 상처를 받게 된다. 크게 상심한 줄리는 자신이 계란을 팔아 번 돈으로 직접 마당을 가꾸게 되고 브라이스의 할아버지는 그런 줄리를 도와주며 친해지게 된다.
E. 브라이스의 진정한 사과는?
브라이스는 외할아버지로부터 "줄리의 아버지는 화가이고 어머니는 일용직으로 돈을 버시며 그들은 장애인 삼촌을 돌보느라 돈을 지출하고 있어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한다는"것을 듣게 된다. 할아버지는 신문에 난 줄리의 기사(집주변에 위치한 큰 나무를 지키기 위한 자연보호운동을 했다는 타이틀)를 건네주며 꽤 괜찮은 친구라며 친하게 지내라며 권한다. 그리고 "정직이란 당장 불편하더라도 나중의 불편함을 줄여주는 것"이라며 브라이스가 줄리가 준 달걀을 버린 데 대해 사과가 더 늦어지지 않도록 충고해 준다. 브라이스는 줄리가 나무를 지키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을 때 외면했던 비겁함과 정성을 담아 선물한 달걀을 버린 데 대해 사과하기 위해 줄리의 정원을 찾아 땅을 파고 무화과나무를 심으며 사랑의 마음을 담은 진정한 사과를 행동으로 실천한다.<에필로그>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순간의 작은 오해나 실수로 서로를 증오하고 결별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용기를 내어 먼저 사과하고 화해한다면 먼 훗날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용기 있는 사과로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복원되는 것을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지만 막상 현실에선 쓸데없는 자존심과 용기가 없어 진정성 있는 사과나 용서를 구하는 시도를 망설이게 된다. 즐거운 추석 명절을 맞아 그동안 소원했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먼저 따뜻한 인사를 건네며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 가기를 기원해 본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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