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감축법 대응에 총력…정의선, 숨가빴던 美 2주 출장

뉴욕·LA·보스턴·조지아 오가
현지 법인·주정부 관계자 만나
공장 준공일정 등 논의한 듯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계기로 현지 출장에 나섰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2주에 달하는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정 회장은 미국 출장 기간에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보스턴, 조지아 등을 오가며 IRA 대응 방안과 신사업, 현지 판매 실적 등을 꼼꼼히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달 23일 미국 출장길에 오른 지 12일 만인 지난 3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정 회장의 해외 출장은 이전에도 빈번하긴 했지만, 이번처럼 오랫동안 많은 곳을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급성장 중인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전격적인 IRA 시행으로 ‘보조금 악재’를 만난 만큼 대응책 마련을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정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뉴욕과 조지아, LA, 보스턴 등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첫 일정인 뉴욕에서는 IRA와 관련, 현지의 현대차그룹 내외부 인사들과 협상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에서도 합동대표단 등이 워싱턴DC를 찾는다는 점 등을 고려해 워싱턴DC 일정은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이후 LA를 방문해 IRA에 따른 현지 판매 영향 등을 점검했다. LA 인근 도시 어바인에는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IRA가 현지 생산이 아닌 수입 전기차를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현대차그룹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후엔 조지아주 주도 애틀랜타를 찾아 현지 주정부 관계자들과 IRA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는 현대차그룹 미국 생산의 핵심 본거지다. 조지아주의 항구도시 서배너에 전기차 신공장을 짓기로 했고, 기아의 웨스트포인트 공장이 이미 가동 중이다. 애틀랜타에서 불과 270㎞ 떨어진 곳에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도 있다.조지아에서 ‘IRA 일정’을 마친 정 회장은 핵심 신사업 로보틱스의 본거지인 보스턴을 방문했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달 31일 미국 3대 물류기업인 NFI인더스트리와 물류 로봇 ‘스트레치’ 공급 계약을 맺었다. 규모는 1000만달러(약 135억원) 정도다.

보스턴엔 마크 레이버트 보스턴다이내믹스 창업자가 이끄는 이 회사의 인공지능 연구소(BDAII)도 자리 잡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레이버트 창업자를 만나 로보틱스 현황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김형규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