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밴스, 흑색종 TIL치료제 美 허가심사 서류 제출 시작

“세계 첫 TIL치료제 목표”
미국 이오밴스 바이오테라퓨틱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종양침윤림프구(TIL) 치료제 ‘리필류셀’의 신약허가신청서(BLA) 제출을 시작했다고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밝혔다.

항PD-(L)1 치료제나 BRAF(또는 BRAF·MEK) 억제제 치료 후에도 병이 진행된 흑색종 환자가 대상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허가된 TIL치료제는 없다. TIL은 암세포 주위에 모여있는 림프구다. 종양세포에 반응하는 T세포를 다른 림프구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 본인의 암조직에 있는 TIL을 채취해 체외에서 대량 배양한 뒤 환자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다양한 암세포 항원을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TIL이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와 달리 고형암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조 시간이 길고 제조 비용도 비싸다는 점은 TIL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환자의 TIL 채취를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단점도 있다. 또 배양을 위한 대량 시설도 필요하다. 이오밴스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세포 치료제 전용 제조시설을 건립해 시설 문제를 극복했다는 설명이다.

이오밴스는 순차심사(롤링리뷰) 제도를 통해 리필류셀의 허가 신청에 필요한 자료를 나눠 제출할 예정이다. 올 4분기에 모든 BLA 제출이 완료될 것이란 예상이다. 롤링리뷰는 기업이 신약허가 신청을 위해 임상 자료와 관련 문서 등을 준비되는 대로 제출해 순차적으로 검토받는 제도다.리필류셀은 진행성 흑색종에 대해 FDA로부터 재생의약첨단치료제(RMAT)로 지정받았다. RMAT에 선정되면 FDA의 패스트트랙(신속심사)과 혁신의약품 지정 시 받을 수 있는 모든 혜택을 받는다. 롤링리뷰도 그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세계 첫 TIL 치료제의 상용화에 성공하겠다는 게 이오밴스의 구상이다.

이오밴스가 BLA 제출을 시작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앞서 진행한 리필류셀 흑색종 미국 임상 2상(C-144-01)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상 2상의 네 번째 환자군(코호트4)의 데이터가 코호트2 대비 저조한 탓이었다.

리필류셀은 66명 대상 2상 코호트2에서 완전관해(CR) 5명, 부분관해(PR) 18명 등 객관적반응률(ORR) 35%를 기록했다.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은 36.6개월이었다. 반면 환자 수를 87명으로 늘린 코호트4의 객관적반응률은 29%로 완전관해 3명, 부분관해 22명이었다.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은 10.4개월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코호트4 결과 발표 다음날 회사의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이에 대해 이오밴스는 코호트4의 증상이 코호트2보다 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호트4의 환자가 코호트2 환자에 비해 더 많은 수의 종양 병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코호트4의 데이터가 표준치료법보다는 높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다고 했다. 프레드리히 핀켄슈타인 이오밴스 최고의료책임자는 당시 “기존 표준치료법으로 예상되는 반응지속기간은 3.5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에 코호트4의 10.4개월로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오밴스는 코호트2와 코호트4 결과를 기반으로 이번 BLA를 제출하게 된다. 또 연말 C-144-01의 추가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오밴스는 흑색종 환자 대상 리피류셀과 ‘키트루다’의 병용요법 효능을 평가하는 또다른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치료제로도 리피류셀 2상을 진행 중이다. 이오밴스의 뒤를 좇고 있는 것은 미국의 인스틸바이오다. FDA는 지난해 4월 인스틸바이오의 TIL 치료제 ‘ITIL-168’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5개월 뒤에는 흑색종 치료제로 ITIL-168의 임상 2상을 승인했다.

국내에서 TIL 치료제로 개발 단계가 가장 빠른 곳은 비상장사인 네오젠TC다. TIL을 세포 활성화 기능을 가진 인터루킨2(IL-2)과 함께 대량 증식한 뒤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연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상을 신청했다. 랩지노믹스는 미국 T세포 치료제 개발사인 메디진을 통해 TIL 치료제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메디진은 1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박셀바이오는 TIL 치료제의 단점을 개선한 ‘MIL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