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칼럼] 철의 여인 영국 리즈트러스 총리 후보 VS 대처 수상 패션 이미지정치학-스타일 이미지메이킹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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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패션정치를 통해 정치적 역량을 키운 성공 정치인들
영국 보리스 존슨의 뒤를 이어 영국의 새 총리가 오늘 중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대처의 뒤를 잇는 ‘강경 보수’ 인 리즈 트리스의 정치 노선이나 공약 그리고 패션을 통한 이미지정치 전략이 상대후보인 리시 수낙 전 재무부 장관보다 지금까지 우위에 있다고 분석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의 새로운 여성 총리의 탄생이 기대된다.
여성 정치인의 패션 스타일을 통한 이미지메이킹은 대중의 관심사이다. 그것은 여성 정치인에게 부담이지만 역으로 이를 잘 이용하면 정치인으로 성공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패션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키우는데 성공한 여성 정치인으로는 마가릿 대처(Margaret Thatcher 1925~2013)를 대표적으로 뽑는다. 1979년 5월부터 1990년 11월까지 무려 11년 반 동안 총리를 지낸 대처는 패션 스타일을 통한 이미지메이킹이야말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임을 잘 알았다.
‘철의 여인 대처’를 연상케 하는 리즈 트러스의 패션 이미지메이킹 전략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트러스 장관이 검정색 털모자와 코트를 입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1987년 대처 전 총리가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당시 착용한 갈색 계열의 털모자와 코트를 떠올리게 했다. 트러스 장관은 당시 크렘린궁을 방문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성을 경고하면서 패션뿐 아니라 정치적 행보에서도 ‘철(鐵)의 여인’이라 불린 대처를 연상케 만들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에스토니아에서 군용 헬멧과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탱크에 탑승하는 장면을 연출했는데, 1986년 서독 방문 당시 탱크에 올라탔던 대처 전 총리를 오마주(homage·존경의 표시로 인용하는 것)한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이 밖에 푸시 보우 드레스(pussy bow dress·목 부분에 길게 리본 매듭이 들어간 원피스)와 크림색 실크 블라우스, 보수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정장과 붉은색 핸드백, 셔츠 소매를 걷어 올려 포인트를 주는 것까지도 대처 전 총리의 스타일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대 영국 총리 중 국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대처를 따라함으로써 대처의 인기를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으려는 이미지메이킹 전략으로 분석된다.
여성다우면서도 강력한 이미지정체성을 살린 대처의 패션정치 전략
대처는 손수 옷을 만든 어머니 덕분에 어릴 때부터 옷을 잘 알았다. 정치에 입문하고 장관을 거쳐서 보수당의 대표가 되는 과정에서도 패션을 적절하게 이용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대처는 여성다움을 강조하면서 강력한 이미지를 주는 패션을 이용할 줄 알았다. 옷에 들어가는 적지 않은 돈은 대처의 든든한 후원자인 남편 데니스가 기꺼이 부담했다고 전해진다. 대처는 하얀 진주 목걸이를 즐겨 했고, 푸른 색 옷을 좋아했다. 대처는 고가의 하이패션 브랜드를 선호하지는 않았다. 1978년부터는 신시아 크로포드(Cynthia Crawford)라는 여비서가 총리를 퇴임할 때까지 12년 동안 대처의 옷과 핸드백 등 소품을 관리했다. 총리 퇴임 후에도 신시아는 대처와 가깝게 지냈고, 대처가 사망한 후에 신시아는 몇몇 언론과 대처의 패션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대처의 옷에 대해 자문을 한 사람은 아쿠아스큐텀(Aquasqutum)의 임원이던 마가릿 킹(Margaret King)이었다. 대처는 트렌치코트 등 아쿠아스큐텀 옷을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이미지정체성과 패션 정치학
대처는 외국 방문이나 국내 행사 등에서 TPO를 고려하면서도 자신의 이미지정체성을 확실하게 어필하는 패션으로 주목을 샀다. 그래서 대처의 이런 면을 두고 ‘패션의 정치학’이란 논문이 나오기도 했다. 대처의 패션과 관련해서는 고르바초프와 정상회담을 할 때의 일화가 유명하다. 대처는 1987년과 1989년에 모스코바를 방문했는데, 그 때마다 고르바쵸프의 부인 라이사 여사를 의식했다고 한다. 대처에게 패션을 자문하던 마가렛 킹은 라이사가 프랑스 명품 옷을 몸에 감고 다니기 때문에 거기에 져서는 안 된다면서 아쿠아스큐텀이 갖고 있는 좋은 옷을 총동원해서 모스크바에 가는 대처에게 제공했다. 그 결과는 대처의 일방적 승리였다. 영국 패션계는 영국 패션의 승리를 자축했다고 전해진다.
기대되는 영국의 새 여성총리
트러스 장관은 감세(減稅)를 통한 경기 부양, 대(對)러·대중 강경책 고수, 브렉시트 적극 옹호 등 보수우파의 색깔이 분명한 정책으로 평당원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러 면에서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연상시키는 ‘이미지코스프레’ PI전략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트러스 장관이 총리가 되면 대처와 테레사 메이어 이어 역대 세번째 여성 영국 총리가 된다. 영국국민의 마음이 어디로 향할지 기대된다.<한경닷컴 The Lifeist>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 박영실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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