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대표 재건축 단지의 굴욕…세 차례 매각서 입찰자 '0명' [심은지의 경매 인사이트]

상계주공11단지 세 차례·10단지 두 차례 유찰
"초역세권, 재건축 호재에도 매수세 얼어붙어"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1단지 전경. 지지옥션 제공
서울 강북 지역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노원구 상계주공 아파트가 경매 시장에서 세 차례나 유찰됐다. 서울 지역 아파트는 경매 시장 내에서도 가장 선호도가 높아 최근까지도 두 차례 이상 유찰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잇단 금리 인상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초역세권에 재건축 호재까지 갖춘 단지조차 매각이 쉽지 않아졌다.

5일 부동산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노원구 상계주공11단지 전용면적 58㎡는 감정가(8억원)의 75.2%인 6억100여만원에 매각됐다. 이 단지는 지난 5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지만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세 차례 유찰 끝에 최저매각가 5억원대로 떨어진 후에야 겨우 매각에 성공했다.이 단지는 작년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정밀안전진단에 돌입한 대표적인 강북 지역 재건축 단지다. 특히 상계주공11단지는 서울지하철 7호선 마들역과 접해있는 초역세권이다. 작년 8월 세운 신고가는 8억500만원이고 현재 호가도 7억~8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날 노원구 상계주공10단지 전용 59㎡도 감정가(7억9000만원)의 78%인 6억1000여만원에 팔렸다. 상계주공11단지와 맞붙어 있는 초역세권 단지로, 이 단지 역시 재건축 기대가 큰 물건이지만 두 차례나 유찰되는 굴욕을 겪었다.

이는 작년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작년 2월 상계주공14단지 전용 46㎡는 경매 첫날 감정가(2억5500만원)의 188.6%인 4억8100여만원에 팔렸다. 응찰자도 46명이나 몰렸다. 작년 5월 상계한신1차 전용 45㎡도 매각 첫날 12명이 몰려 감정가(2억6100만원)의 159.3%인 4억1500여만원에 낙찰됐다. 최근 경매 시장에서 서울 인기 아파트마저 유찰이 반복되는 건 그만큼 집값 하락을 점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차례만 유찰되도 감정가보다 최저입찰가가 20% 낮아지지만 향후 이보다 낙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본다는 얘기다.

다만 나홀로 단지, 지분 매각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 서울 아파트가 두 차례 이상 낙찰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저가 매수를 노리는 응찰자가 3차 매각일엔 대거 입찰에 참여하는 경향이 보인다. 지난달 서울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 전용 85㎡는 두 차례 유찰된 후 응찰자가 29명 몰렸다. 낙찰가율 86%인 8억3000만원에 매각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얼마 전까지는 서울 아파트가 두 차례 이상 유찰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이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