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현재가 적정주가…빠지면 매수 고려해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표주들에 대해 "당분간 주가 상승 여력이 높지 않다"는 증권가의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남은 하반기 반도체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도 높아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혹한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5일 0.7% 떨어진 5만7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6만전자'가 깨진 후 계단식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SK하이닉스도 0.65% 하락한 9만11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주가는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증권가도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대한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는 8만525원으로 3개월전 9만2550원에 비해 13% 떨어졌다. SK하이닉스에 대한 평균 목표주가도 15만3238원에서 13만1211원으로 14.37% 감소했다.

주가와 목표주가가 동반 하락하는데는 반도체 시장의 수요 감소가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반도체 시장 경쟁자인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1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약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클라우드 부문을 제외하곤 반도체 수요가 더 약해지면서 재고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며 "2023년 상반기 시장 상황 전환 가능성을 보고 있지만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기업들의 올해 4분기 상당한 매출·이익 감소를 언급하기도 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의 경기 침체 강도에 따라 반도체 불황 시기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는 특히 경기 싸이클에 민감한 분야로 꼽힌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DRAM 물가는 11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8월 한국 반도체 수출은 26개월만에 전년대비 감소로 전환되는 등 반도체 가격 하락세와 매크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며 "시장은 내년초 이후에나 정상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경쟁, 중국의 기술추격 등 반도체 시장 싸이클 이외의 대외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반도체 전문가 다수가 현재 대외 여건을 최근 10년 내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상의가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입한 2016년, 미중 무역분쟁이 발생한 2019년 등 지난 10년과 비교해 현재 상황이 어떠한가'를 반도체 전문가 30명에게 물은 결과, '그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한 비율이 43.4%, ‘비슷한 위기’라는 응답은 36.6%였다. '그때보다 양호하다'는 답변은 20%에 불과했다.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의 우상향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향후 관련 데이터를 살피며 주가가 과도하게 빠졌을 경우 '저가 분할 매수' 전략을 취하는게 좋을것 이란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 주가는 대체로 적정 수준"이라며 "향후 반도체 가격하락율과 출하량 등을 살피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시 중장기 저점 분할 매수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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