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조→10.3조→12조…'재정 블랙홀' 된 공무원·군인·사학연금
입력
수정
지면A5
'밑빠진 독' 4대 공적연금정부가 당초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등 4대 공적연금에 10조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 시점은 2025년이었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2021~2025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4년 9조8114억원, 2025년 10조4381억원의 재정 투입이 예상됐다.
내년 세금 투입 10조 육박
국민연금 뺀 공적연금 적자 중
공무원이 4.7조, 62% 차지
군인은 3.1조…매년 눈덩이 증가
사학연금도 곧 지출이 수입 추월
연금지출 느는데 내는 사람 줄어
매번 혈세 투입…건전재정 '발목'
정부, 연금개혁 의지 밝혔지만
국회 개혁특위선 논의조차 안해
하지만 이 같은 시간표는 1년 만에 한 해 앞당겨졌다.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2022~2026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공적연금 재정 투입액을 기존 전망치보다 높은 9조8513억원으로, 10조원 돌파 시점은 2025년이 아니라 2024년으로 예측했다. 고령화와 공공부문 비대화 영향으로 공적연금이 ‘재정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공적연금 지출 67조원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4대 연금의 의무지출액은 연말까지 58조9869억원으로 추산됐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2.9% 늘어난 67조6915억원이 지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민연금이 36조2286억원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돼 가장 규모가 컸다. 이어 공무원연금 22조6980억원, 사학연금 4조9185억원, 군인연금 3조8463억원 순이다. 4대 연금 지출액은 2024년엔 73조3057억원으로 사상 첫 70조원을 넘고, 2025년 80조2840억원으로 1년 만에 80조원대로 올라선다.공적연금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은퇴해 연금 수급 자격이 생긴 사람이 늘어난 데다 평균수명 연장으로 지급 기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늘어나는 지출을 충당해야 할 만큼 연금 수입은 들어오고 있지 않다. 저출산 고착화로 납입금을 내야 하는 인구는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하지 않아서다.공적연금 가운데 적자 문제가 심각한 것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부터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해 2002년 기금이 고갈됐다. 정부가 몇 차례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했지만 적자 폭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내년 국민연금을 제외한 3개 공적연금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7조5507억원의 적자 중 62.1%인 4조6926억원이 공무원연금 적자다. 공무원연금은 내년 이후에도 적자폭이 계속 커져 2024년엔 5조6013억원, 2025년엔 7조3266억원, 2026년엔 8조212억원으로 적자가 불어난다.
군인연금은 공무원연금보다 이른 1973년 고갈됐다. 군인은 연령·계급 정년 제도로 45~56세에 전역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때부터 퇴역연금을 수령한다. 이로 인해 적립금은 이미 고갈됐다. 내년 군인연금에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은 3조1017억원으로 적자액 3조789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사학연금 급여, 내년부터 기여금 수입 추월
현재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사학연금과 국민연금도 전망은 밝지 않다. 사학연금은 내년부터 연금 기여금보다 급여 지출이 많아진다. 올해까지는 3조9042억원의 연금 기여금수입으로 3조7032억원의 급여를 지급했지만 내년엔 4조1083억원을 지출해야 하는데도 3조9690억원만 기여금으로 걷을 것으로 예상됐다. 2025년부터는 정부부담금을 제외한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전망이다.국민연금은 아직 흑자인데다 작년 말 기준 948조원 규모의 적립금도 쌓여 있다. 하지만 흑자 규모는 매년 축소될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 44조1350억원에서 2024년 43조6040억원, 2025년 42조3464억원 등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전망에서 2042년부터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듬해 기재부는 2041년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이 때문에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간 재정 통합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지난달 관련 논의를 위한 연금개혁특위를 발족시켰지만 아직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정부와 국회가 연금개혁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