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꽁초 가득' 빗물받이 유감

‘10명 중 8명은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한 번이라도 버린 적이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2019년 흡연자 701명을 온라인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응답자의 95.4%가 꽁초는 쓰레기인 줄 아는데도 그랬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사람이 꽁초를 무단투기하고 있을 것이다. 쓰레기통 바로 옆에서라면 모를까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다. 심지어 바로 옆에 담배꽁초 전용수거함이 있는데도 바닥에 비벼 끈 다음 발로 툭 차서 빗물을 하수관으로 빼내는 빗물받이에 넣는 사람도 있다.

손안에 쏙 들어오는 휴대용 재떨이가 다양하게 나와 있지만 이용자는 많지 않은 듯하다. 담배회사에 꽁초 수거 책임을 부여하자는 의견도 많다. 담배회사인 KT&G가 휴대용 재떨이 제작 배포, 담배꽁초 전용수거함 설치 등을 사회책임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조족지혈(鳥足之血) 수준이다.2020년 환경부 보고서에 따르면 길거리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하루 평균 1246만 개비. 담배꽁초가 빗물받이로 들어가면 하루 최대 231만 개비가 바다로 유입된다고 한다. 담배 필터 소재는 합성플라스틱 섬유인 셀룰로스 아세테이트여서 완전 분해되는 데 1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흡연자들의 인식 전환과 실천이다. 길거리에 공용휴지통이 없다는 이유로 대로와 골목에, 특히 빗물받이 안으로 꽁초를 수없이 던져 넣은 결과 빗물받이가 제구실을 못하면서 도심 물난리를 겪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달 8일 중부지방에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을 때도 담배꽁초와 쓰레기 등으로 인해 빗물받이가 막혀 물난리를 겪은 곳이 많았다. 빗물받이를 막고 있는 쓰레기를 맨손으로 치운 의인이 등장해 ‘강남역 슈퍼맨’으로 불리기도 했다.

도로 위의 빗물을 하수관으로 빠지게 하는 빗물받이는 상습 침수지역에는 10m 미만 간격으로, 일반적인 곳에서는 10~30m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현재 서울에 설치된 빗물받이만 55만7000여 개에 달한다.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남부를 강타한다는 예보에도 음식점과 술집 등이 밀집한 도심 골목의 빗물받이는 여전히 꽁초와 쓰레기로 막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게 주인 등이 덮어놓은 악취방지용 덮개도 화를 부른다.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