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차례상엔 전 올리지 마세요"
입력
수정
지면A25
성균관, 차례상 표준안 발표추석 차례상에 전이나 부침개 등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기본 음식은 송편 등 많아야 아홉 가지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밀과·유병 등 기름진 음식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냐"
전체 음식 가짓수도 9개면 충분
기본음식은 송편·나물 등 6가지
육류·생선·떡은 합의해 추가
홍동백서·조율이시 표현
예법 관련 옛 문헌에는 없어
상 차릴때 음식 편하게 놓으면 돼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 이번 표준안의 핵심은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명절 음식 준비 중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는 ‘전 부치기 연례행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전을 올리는 것이 예법에 어긋난다는 기록도 있다는 게 성균관의 지적이다. 성균관 측은 “사계 김장생 선생의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 따르면 밀과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를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다”고 소개했다.차례상에 올리는 전체 음식 가짓수도 최대 9개면 충분하다고 했다. 표준안에 따르면 간소화한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 술 등 아홉 가지다. 여기에 육류, 생선, 떡 등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상차림을 하는 것도 가족이 서로 합의해 결정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성균관은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의 ‘악기’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며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그간 차례상 예법으로 여겨진 ‘홍동백서’ ‘조율이시’ 등은 예법과 관련한 옛 문헌에 없는 표현이라는 점도 소개했다. 상을 차릴 때는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는 설명이다. 성균관 해석에 따르면, 사당이 없는 일반 가정에서는 조상의 위치나 관계 등을 적은 지방을 두고 제사를 지냈지만 조상의 사진을 두고 제사를 지내도 된다. 아울러 차례와 성묘의 선후도 가족이 의논해서 정하면 된다.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는 가정도 있고, 차례를 지내지 않고 우선 성묘하는 가정도 있는데 상관없다는 것이다.특히 전통 제례의 격식을 떠나 고인이 살아생전에 즐겨 드시던 밥과 김치, 토마토, 과자 등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것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게 성균관의 해석이다. 살아 계실 때 먹지 않았던 음식으로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지나친 예법을 강조하면서 차례 본연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최영갑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은 “명절만 되면 ‘명절증후군’과 ‘남녀차별’이라는 용어가 난무하고 심지어 명절 뒤끝에 이혼율이 높아지는 것도 유교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에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유교 예법서 등을 근거로 이 같은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마련했다. 성균관 측은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일반 시민 1000명과 유림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일반 시민(40.7%)과 유림 관계자(41.8%) 모두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꼽았다. 시민의 49.8%는 차례를 지낼 때 사용할 음식의 적당한 가짓수가 ‘5~10개’라고 봤다. 적당한 차례 비용으로는 일반 시민은 10만원대(37.1%), 유림은 20만원대(41.0%)를 가장 많이 꼽았다.
강영연/구은서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