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43m '힌남노' 새벽 부산 강타…KTX 경부선 등 운행중단

더 커지고 빨라진 태풍
6일 오전 5시께 경남 해안 상륙
만조 겹쳐 폭풍해일 피해 우려

기상청 "세력 더 커지고 있어
모든 지역서 안전에 만전 기해야"

오전 8시쯤 동해상 빠져나갈 듯
제주엔 최대 600㎜ 물폭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중인 5일 오후 부산 민락수변공원에 파도가 방파제를 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와 부산 등 한반도 남쪽 전역이 역대급 슈퍼 태풍 ‘힌남노’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힌남노는 당초 예상보다 강하고 빠른 기세로 들이닥쳤다. 한반도 동서로 자리한 고기압, 예년보다 높은 해상 기온 등 여러 원인이 중첩된 결과다. 제주와 김포 등 전국 국내선 항공기 368편이 무더기 결항하는 등 피해도 가시화하고 있다.

갈수록 세력 커지는 ‘괴물 태풍’

5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6일 0시쯤 제주도를 가장 가까이 지나 오전 5시께 경남 해안에 상륙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경남 해안으로 힌남노가 상륙할 때 만조와 겹쳐 해일 등에 의한 피해가 급증할 수 있다”고 했다.한반도에 발을 디딘 힌남노의 중심기압은 950h㎩ 정도일 것이란 관측이다. 역대 가장 강한 강도로 국내에 상륙하는 태풍이다. 1959년 사라(951.5h㎩)와 2003년 매미(954h㎩)가 상륙했을 때보다 힌남노 중심기압 최저치가 낮은 것이다. 열대성 저기압인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강하다.
< 열차도 멈췄다 >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5일 KTX 경부선 등 열차 운행이 대거 중단됐다. 서울역 전광판에 열차 운행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내륙에 진입할 때의 태풍 강도도 기존 예상보다 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 예보에선 국내 상륙 시 힌남노의 강도를 ‘강(최대풍속 초속 33~44m)’으로 봤지만, ‘매우 강(최대풍속 초속 44~54m)’ 상태로 내륙지방을 덮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보통 태풍은 북위 30도선을 넘으면 약화하기 마련인데, 힌남노는 지속해서 세력이 더 커지고 있다”며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힌남노 서쪽과 동쪽에 자리 잡으면서 태풍의 저기압성 회전이 강해지고 있고 남해상의 수온과 열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힌남노는 6일 오전 8시께 울산이나 경북 경주시에서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기상청은 “전국 어느 곳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힌남노의 정확한 상륙 지점을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태풍 중심이 좌우로 50㎞ 흔들리며 북상하고 있어 예측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또한 힌남노의 강도가 매우 세 폭풍 반경(태풍 중심부터 초속 25m 강풍이 부는 지역)은 남부지방 전역을 아우르고 있다. 강풍 반경(태풍 중심부터 초속 15m 강풍이 부는 지역)도 400㎞에 달해 전국이 포함된다. 태풍이 어느 곳으로 진입하든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한상은 기상청 총괄예보관은 “일부 언론에서 가항반원(태풍 진로의 반대쪽인 서북쪽)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것이라고 했지만 폭풍 반경 안에서는 가항반원, 위험반원(태풍 진로의 정방향인 동남쪽)이 무의미하다”며 “모든 지역에서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00㎜ 이상 비 온다

열차도 멈췄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5일 KTX 경부선 등 열차 운행이 대거 중단됐다. 서울역 전광판에 열차 운행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5~6일 이틀 동안 전국 예상 강수량은 100~300㎜에 달할 전망이다. 제주도 산지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600㎜ 이상의 비가 뿌릴 전망이고, 남해안과 경상권 동해안에도 4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된다. 기상청은 “비가 가장 강하게 쏟아지는 시간은 6일 오전”이라고 밝혔다.

태풍 피해는 이미 속출하고 있다. 국내 하늘길은 대부분 막혔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국내선 항공 운항 중 사전 결항이 313편, 당일 결항이 55편에 달했다.특히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운항 예정이었던 항공기 150편 중 사전 결항과 당일 결항을 합쳐 86편이 결항됐다. 바닷길도 막혔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제주도, 백령도, 덕적도, 이작도, 연평도, 육도·풍도항로 등 총 6개 항로의 13개 배편이 모두 통제되거나 휴항했다.

KTX 경부선 등 주요 열차 317편도 운행이 중단됐다. KTX의 경우 이날 오후 8시부터 6일 오후 3시까지 운행되는 열차 중 경부, 경전, 동해, 호남, 전라, 중앙, 강릉선 열차 130편이 전 구간 또는 동대구~부산 구간을 운행하지 않는다.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 역시 같은 시간 경부, 경전, 동해남부, 영동·태백, 전라, 호남, 경북, 충북선 등 187편이 전 구간 또는 일부 구간에서 운행을 중단한다. 동해선(부전~태화강) 전동열차는 6일 첫차부터 오후 3시까지 상·하행선 59편 모두 운행이 중지될 예정이다. 운행 중지된 열차 승차권은 별도로 반환 신청을 하지 않아도 승차일 다음 날 자동으로 전액 반환된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