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건강검진 자비로 해라" 황당 요구…고용부 칼 빼들었다

고용부, 채용절차법 위반 123건 단속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호텔은 올해 4월 채용 사이트에 조리팀 사무관리 직원 채용광고를 게재하면서 입사지원서에 본인의 키와 몸무게, 가족의 학력 등을 기재토록 요구했다. 관할 고용노동지청은 채용절차법 제4조의3 위반을 근거로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다.

B병원은 올해 3월 간호사 5명을 모집하면서 자비로 건강검진을 받은 후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구두로 요구했다. 관할 고용노동지청은 이를 채용 심사비용을 구직자에게 전가한 것으로 보고, 채용절차법 제9조 위반을 근거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결국 B병원은 7월에 건강검진비용을 구직자에게 지급했다.
올해 상반기 채용절차에서 청년들이 겪은 위법·부당 대해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실제 지도·점검 사례다.고용부는 상반기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한 집중 지도·점검을 실시했고, 적발된 법 위반 사례에 대해 과태료 부과(12건), 시정명령(5건) 및 개선 권고(106건)했다고 5일 밝혔다.
점검은 올해 5월 13일부터 7월 22일까지 620개소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위반 유형별로 살펴보면 직무와 관련 없는 개인정보를 요구한 사례가 4건이었다. 단속된 기업들은 이력서에 키, 체중 등 신체적 조건, 출신 지역, 부모의 직업 및 재산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었다. 채용절차법 4조의 3에서는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요구를 금지하고 있다.구인자가 부담해야 할 채용심사비를 구직자에게 전가한 사례도 4건이었다. 채용절차법은 구인자가 구직자에게 채용 심사 비용을 원칙적으로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부는 법 위반 시 과태료, 시정명령 등 제재를 받는 의무 사항과 별도로, 법상 권고사항을 지키지 않은 업체 106곳에 대해서도 개선을 권고했다.

실제로 제조업체 C사는 올해 6월 근로자 3명을 모집하면서 최종 합격 여부를 합격자에게만 고지하고 불합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관할 고용청은 이에 대해 개선을 지도했다. 채용절차법 10조는 '채용대상자를 확정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구직자에게 채용 여부를 알려야 한다'며 구직 불합격자에 대한 결과 통지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취업활동 계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해당 사항 위법은 과태료 등 부과 대상은 아니다.

다행히 점검 사업장 대비 법 위반 비율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2019년에는 8.9%, 2020년에는 11.5%였지만 지난해 5.8%, 올해 2.7%로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모범 사례도 있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채용절차법 내용을 인사 규정에 반영하고, 면접 전에 위원들을 대상으로 차별적 질문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교육하면서 개선 효과를 봤다. 고용부는 건설 현장의 채용절차법 위반 등 불법행위를 점검하기 위해 하반기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추가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불공정채용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모니터링과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공정채용 인프라 구축, 공정채용 컨설팅, 청년공감채용 사례 가이드북 제작 등 지원 방안도 함께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