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설레발이랬나"…실종자 속출·포항 피해액만 20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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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남노에 포항서 1명 사망·8명 실종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6일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중앙재난안전대택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오후 3시까지 사망자 2명, 실종자 10명이 나온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신고가 늘어나면서 인명 피해 규모가 커질 우려도 제기되는 긴박한 상황이다.
포항 재산피해 2000억원 잠정 집계
피해신고 제주 216건·경남297건 등
전국서 피해 속출…3463명 대피
태풍 힌남노는 이날 오전 4시 50분께 경남 거제시 부근에서 국내에 상륙해 오전 7시 10분께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오전 6시 행정구역상 부산 기장군인 부산 동북동쪽 10㎞ 지점을 지날 때 이동속도가 시속 52㎞였다.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55hPa(헥토파스칼)과 40㎧(시속 144㎞)로 강도는 '강'이었다. 이에 지난 4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사흘간 누적 강수량은 제주 한라산 윗세오름 948㎜, 경주시 토함산 389.5㎜, 서울 강남구 282㎜, 강원 고성군 미시령 251.5㎜ 등이다.
포항서 1명 사망·8명 실종
…재산 피해 2000억원 잠정 집계
특히 포항에선 이날 오후 2시까지 1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컸다. 포항지역 재산 피해만 현재까지 2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주택이나 상가 파손과 침수 1만1900건, 옹벽 파손 300건, 기업체 피해 100건, 농작물 침수 800㏊, 정전 912건, 차량 침수 1500여대, 문화재 피해 1건(여강이씨 재실) 등 사유 시설 피해가 1713억원이다. 조사가 아직 초기 단계인 점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이날 새벽 경북 포항 구룡포에 시간당 110.5㎜의 폭우가 내리면서 형산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하천·저수지 범람 우려로 주민 대피령이 이어졌다. 포항 운하를 중심으로 물이 불어나 죽도동 일대도 물이 들어찼고, 송림초등학교 주변 도로와 송도해수욕장 일대 해안도로 등 송도동 곳곳이 침수돼 통행이 통제됐다. 이날 오전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공장에서 불이 나 회사 등이 태풍과 화재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제주 소방본부에는 이날 오전 6시까지 총 216건의 태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전날 오후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육상에 세워둔 보트가 날아가고, 이날 오전에는 서귀포시 서귀포항에서 식당 냉장고가 다리 인근으로 날아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제주시 아라동, 이도동 등 도로에서 중앙분리대가 전도돼 철거됐으며, 강정항 내 도로 20m가 월파로 인해 파손됐다. 강정항에서는 어선 한 척이 전복됐다. 또한 반지하·저지대의 8가구 24명이 밤사이 인근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도 했다.부산에서는 112신고 132건이 접수됐다. 바다와 가까운 부산 서구 한 도로에는 600m 구간에 걸쳐 월파 피해가 발생했고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도로에도 월파 피해가 이어졌다. 이날 새벽 민락수변공원 바로 옆 상가 유리창이 줄줄이 파손됐다. 또 수영구 남천동에서는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는 등 신호등 고장 신고가 25건에 달했다.
경남 297건, 전남 170건 피해 신고
경남소방본부는 이날 아침까지 297건의 안전조치 및 배수 지원 출동을 했다. 경남 밀양에서는 강풍에 전신주 5주가 쓰러지고 남해에서는 한국전력 남해변전소가 침수됐다. 울산에서는 이날 오전 1시께 울주군 언양읍 남천교 아래 하천에서 A(25)씨가 실종됐다. 울산 태화강 태화교 지점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됐으며 현재 태화강 둔치는 모두 물에 잠긴 상태다.강원 지역에서도 강풍에 담장이 무너지거나 도로와 집 마당이 침수됐다. 강원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55분께 춘천시 교동 한 주택 담장이 무너져 60대 남성이 대피했다.전남에도 170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신안군 흑산면 선착장, 여수 돌산읍과 완도 보길면 방파제 등 어항시설 3곳이 파손됐고 여수에서 부잔교 9개가 파손됐다. 여수, 영광, 완도에서는 소형선박 총 4척의 침수가 발생했다.
서울 가로수도 넘어졌다…피해 85건
전북·충청·경기 남부 지역에도 전신주나 나무가 쓰러져 도로를 덮치는 등 신고가 잇따랐다. 충남 공주시 탄천면에서는 유실된 토사가 집을 덮쳐 주민 한 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서는 간판이 떨어져 행인 1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경기 가평군 청평면에서는 2세대 9명의 주민이 붕괴 위험 등에 대비해 마을회관 등으로 사전 대피했다.서울시에서도 전날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총 85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인명구조가 필요한 사고 신고는 없었으나, 가로수가 넘어지는 등 각종 낙하 위험물로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유형별 신고·조치 건수는 가로수 넘어짐(14건), 간판 흔들림(3건), 도로 침수(3건), 건물 외벽 균열·붕괴(2건), 전신주 안전조치(2건) 등 순이었다.
전국 대피 주민 3463명
…정전 피해 2만334호
전국에서 정전 피해도 속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제주, 광주·전남, 경남, 부산·울산 등에서 총 2만334호가 정전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실제 피해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산사태·침수 위험으로 사전 대피한 주민은 경남 2224명, 전남 614명, 부산 366명 등 전국 2661세대 3463명으로 태풍이 지나간 이날 오전 대부분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작물 피해는 제주도 280㏊, 전남 농경지 266㏊ 등이며 추가 피해가 계속 접수되고 있다.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