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亞의사들 다빈치 로봇수술법 배우죠"

인튜이티브서지컬, 韓 진출 10년

韓 성장성에 첫 진출국으로 선택
인튜이티브, 진단·디지털 시장 진출
‘다빈치’로 유명한 세계 1위 로봇수술기업 인튜이티브서지컬은 2012년 미국 밖 첫 지사 설립 국가로 한국을 택했다. 국내 외과 의사들의 뛰어난 수술 기술, 환자들의 높은 혁신 기술 수용도, 투명한 의료시스템 등이 갖춰져 혁신 교두보로 삼기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다.

10년이 지났다.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서울 상암사옥은 로봇수술 기술을 교육하는 아시아 트레이닝 메카가 됐다. 취임 1년을 맞아 기자를 만난 최용범 대표(사진)는 6일 “의료진과 한 팀이 돼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다빈치는 매 순간 진화하고 있다”며 “생명 앞에 겸손한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인튜이티브는 199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됐다. 시작은 군사 목적이었다. 먼 거리에 있는 군 장병의 수술을 위해 의사가 콘솔 박스에 들어가 로봇팔을 조정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2000년 세계 첫 수술 보조 로봇으로 허가받았다.

다빈치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2005년. 신촌세브란스병원에 기기가 처음 설치됐고 7년 뒤 인튜이티브는 한국에 세계 첫 지사를 세웠다. 한국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한 것이다. 베팅은 주효했다. 인도 대만 동남아시아 등의 의사들이 앞다퉈 한국을 찾아 로봇수술을 배우고 있다.초창기 비뇨기과 수술 등에 제한적으로 쓰이던 다빈치는 산부인과 질환, 위·대장·소장 수술 등에 활용되고 있다. 국내 의사들은 로봇수술 세계 표준을 마련하고 있다. 간 이식 기증자 수술에도 다빈치를 활용한다. 유방암 환자의 유두 모양을 살린 다빈치 유두보존유방절제술도 국내 의료진이 개발했다. 최근엔 자궁근종 수술에도 다빈치가 활용된다. 최 대표는 “의료진이 수술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다빈치에 축적돼 기술 개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인튜이티브는 연구개발(R&D)센터를 쉼 없이 가동하면서 매일 새 기술을 도입한다. 최근엔 수술 비용을 낮추고, 수술 환경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 대표는 “기술을 개발해 로봇 팔의 사용 횟수를 15번, 20번으로 점차 늘리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일본 대만처럼 한국도 (로봇수술이) 건강보험 제도권에 진입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로봇수술 기업에서 최소 침습 치료를 위한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의사의 수술 장면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해주는 디지털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심나우’ 등 수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폐암 조직을 떼어낼 때 내시경을 활용하는 진단용 제품도 내놨다.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돕는 정밀치료 제품군도 개발하고 있다. 최 대표는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며 “국내 인재들이 세계로 나가도록 지원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