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이른 추석에 배수확 미뤘는데…막막합니다"

울주군 한 배농가 태풍 피해 직격에 시름…"과실 80%가량 낙과"
"올해는 추석이 일러서 제수용으로 출하도 못 했는데…. 아쉽지만 추석 지나고 수확해서 출하할 예정이었는데, 그나마도 어렵게 됐네요. "
울산시 울주군 양암마을에서 만난 김영래 씨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 농지에서 배나무 300그루가량을 재배하는 김씨는 해마다 겪는 태풍 피해에는 이골이 났지만, 올해는 평년보다도 훨씬 아쉽다.

크고 단단하게 익어가는 과실이 수확기를 맞았지만, 평년보다 이른 올해 추석 일정에 맞춰 수확하기에는 시기가 다소 일렀다고 한다. 결국 대목 출하를 포기하고 열흘에서 보름가량을 더 기다려 수확하기로 계획했는데, '역대급 태풍'으로 예고됐던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무르익어가는 과실들을 대부분 떨어뜨려 버린 것이다.

김씨는 낙과 피해 정도를 의미하는 피해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풍수해 보험으로 일부분 보상을 받을 수는 있지만, 정상적인 생산소득의 절반가량이나마 받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고 한다. 김씨는 "보통 태풍에 떨어진 낙과는 즙이나 잼 제품을 만들어 파는데, 이번에 떨어진 배들은 당도가 덜 올라온 것들이어서 그것마저 쉽지 않을 것 같다"라면서 "당장 떨어진 배들을 어떻게 주워야 할지부터 막막하다"라고 말했다.
울주군과 울산원예농협 등은 낙과 피해를 본 농가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군과 원예농협은 농가 피해를 집계하는 한편, 떨어진 과실이 상하기 전에 신속하게 줍는 작업을 위해 각 농가에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과일로써 상품성이 있는 낙과 사주기, 가공제품 판매 지원 등도 논의 중이다.

한편 농촌지역이 많은 울주군에서는 723개 농가가 556㏊에서 연간 9천500t가량 배를 생산한다.

그러나 올해는 평년보다 적은 강수량과 높은 기온으로 폭염에 따른 병충해 피해가 발생한 데다 이번 태풍까지 겹치면서, 과수 농가들은 이중고를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