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물폭탄' 쏟아지며 만신창이 난 '굴불사 부처님'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곳곳을 휩쓸면서 신라 천년고도인 경북 경주의 '굴불사 부처님'도 피해를 봤다.

6일 문화재청과 경주시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께 경주시 동천동 굴불사터에 있는 석조사면불상(石造四面佛像) 주변에서 흙더미가 곳곳으로 쏟아졌다. 보물로 지정된 굴불사지 석조사면불상은 통일신라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바위의 서쪽에는 아미타여래불, 동쪽에는 약사여래불, 북쪽에는 미륵불, 남쪽에는 석가모니불을 각각 새겼는데 각 불상의 모습이나 옷 주름 등이 섬세하게 표현된 것으로 유명하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경덕왕이 인근 백률사를 찾았을 때 땅속에서 염불 소리가 들려왔다고 하는데, 이후 땅을 파 보니 바위가 나와서 사방에 불상을 새기고 절을 지어 굴불사라 했다고 전해진다.
이날 촬영된 사진을 보면 불상 주변에는 나뭇가지와 각종 건축물 자재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고, 인근에 설치돼 있던 연등 구조물도 넘어진 모습이었다.

밀려드는 토사물에 불상 일부도 뒤덮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주시청 관계자는 "오전 6시 무렵 많은 비가 내리면서 주변 토사가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해 무너져 내렸다. (인근) 백률사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야외 화장실까지 함께 무너져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행히도 불상에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주시 측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주변 물길을 막는 등 임시 조치를 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인근 계곡에 아직도 많은 양의 물이 흐르고 있어 내일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에 어떻게 복구할지 관계 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인한 경주 지역 문화재 피해는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총 5건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의 담장 일부가 붕괴하고 가옥이 침수됐으며, 사적으로 지정된 경주 월성은 성벽 경사면 너비 15m 구간이 유실됐다. 이 밖에도 경주 서악동 고분군과 대릉원 일원의 금관총 전시관 일부가 태풍으로 훼손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