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덮친 경주에 뜬 '의인'…홀로 침수차 8대 구했다

"어려운 사람 없을지"…순찰 나선 시민
"재해 또 일어난다면 달려갈 것"
시민 구강민(28) 씨가 26일 오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물폭탄이 쏟아진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요금소를 지나 경주 방향 도로에서 침수된 차량을 구조하고 있다. 오프로드가 취미인 그는 이날 침수된 차량 8대를 구조했다. / 사진=뉴스1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강한 비가 쏟아진 경북 경주에서 침수된 차량 8대를 견인한 '의인'이 등장했다.

지난 6일 뉴스1에 따르면 '경주 아쿠아맨'으로도 불리는 이 의인의 정체는 경주시 동방동에 거주하고 있는 28세 남성 구강민 씨다.25톤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구 씨는 힌남노의 영향으로 일을 쉬었고, 이날 오전 6시께 폭우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이 없는지 동네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오프로드 드라이빙'을 취미로 즐기고 있는 구 씨가 이날 타고 나선 차량은 구형 갤로퍼로, 큰 바퀴와 각종 장비로 튜닝돼 있었다.

구 씨는 경주 시내를 순찰하던 도중 오전 7시께 형산강 옆 나정교삼거리 복개도로에서 첫 침수 차량을 발견했다. 차주는 차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당황한 상태였다. 이에 구 씨는 밧줄이나 쇠사슬로 무거운 물건을 끌거나 들어 올리는 윈치(winch)를 이용해 해당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시민 구강민(28) 씨가 26일 오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물폭탄이 쏟아진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요금소를 지나 경주 방향 도로에서 침수된 차량을 구조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오프로드가 취미인 그는 이날 침수된 차량 8대를 구조했다. / 사진=뉴스1
구 씨는 이어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인근 도로가 침수됐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달려가 소형차, 중형차, 수입 외제 차, RV(레저용 차량) 등 이날 하루 동안 차량 8대를 구조했다.

구 씨는 선행에 나선 이유에 대해 "나도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고 운전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차량이나 운전자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프로드 동호회에서 서로 돕는 일이 습관처럼 몸에 밴 것 같다"며 "이런 재해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하지만, 또 일어난다면 달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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