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세 짙어진 부동산시장…"무주택자, 내년 이후 급매물 노려라"

집값 하락세 전방위로 확산
수도권 미분양 3배 넘게 급증
서울 25개구 모두 내림세 전환
시장침체 우려에 '주택절벽' 극심

단기적 집값 상승 반전은 난망
수도권 집값 양극화 심화될 듯
서울 실수요자는 급매 노릴 만
단기 급등한 수도권 매수 신중
전셋값도 당분간 약세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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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시장에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가까이 급감했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연초 대비 3배 넘게 급증했다.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마포·성동구 등 강북 인기 주거지를 거쳐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대출 이자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전세 수요도 급감하고 있다. 유주택자나 무주택자 모두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수도권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을 겪는 서울에선 집값이 추세적인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무주택자라면 내년 이후 다주택자가 이자 부담 때문에 내놓는 급매물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수도권 집값 양극화 가속화”

올 하반기 들어 수도권과 지방 가릴 것 없이 집값 하락세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85% 하락했다. 지난달엔 ‘나 홀로 상승’을 이어가던 서초구 아파트값도 하락 반전하면서 25개 구(區) 모두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경기는 1.46%, 인천은 1.77% 각각 하락했다. 경기에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설 기대로 작년에만 집값이 30% 넘게 치솟은 의왕시, 시흥시 등에서 종전 최고가 대비 수억원씩 떨어진 매매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시장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주택 거래 절벽 현상도 극심해지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만4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7% 급감했다. 새로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이 줄면서 분양시장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4529가구로, 1월 말보다 3.4배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상승 반전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급 부족이나 규제 완화 등 집값 상승 요인이 일부 있지만, 금리 인상이 주택 수요를 억누르는 효과가 워낙 커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는 데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여전히 강해 주택 수요 위축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무주택자라면 당분간 금리 인상 추이를 지켜보면서 관망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서울 강남 등 소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면서 수도권 집값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 아파트는 인플레이션 방어용 자산이라는 측면이 있어 앞으로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모든 지역이 강세를 띠기는 어렵고, 주거 수요가 많은 지역의 신축 아파트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일각에선 정부의 세제 및 대출 규제 완화로 꽉 막혔던 주택 거래가 다소 살아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와 국회에 계류 중인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등의 정책 변화로 시장이 차츰 정상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수도권 집값이 일제히 반등하는 일은 나타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입지나 상품에 따라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집값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내년 이후 급매물 노려라”

일부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라면 내년부터 금리 부담 때문에 나오는 급매물을 잡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주택 공급이 단기간에 늘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무주택자라면 조정장을 활용해 시세보다 훨씬 싼 급매물을 매수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2425가구로 올해(2만3373가구)보다 1000가구 가까이 줄어드는 데 이어 2024년에는 1만2573가구까지 급감할 전망이다.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아파트값이 30~40% 넘게 폭락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은 신규 아파트 입주가 너무 적은 데다 보유세가 완화되고 있어 큰 폭의 집값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매수하는 사람은 단기적 시황은 참고하지 않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했던 경기, 인천에서는 입지에 따라 가격 하락폭이 클 수 있어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박합수 겸임교수는 “지난해 GTX 호재가 지나치게 선반영되면서 과열 양상이 나타났던 수도권 일부 지역은 예상보다 집값 낙폭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의 월세화’가 심해지면서 전셋값은 당분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2년 전 많은 전문가가 우려했던 ‘2022년 가을 전세 대란’ 가능성은 희박해진 상태다. 서울과 경기 인기 주거 지역에서도 지에서도 전셋값이 내리고 전세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에서 전셋값이 더 가파르게 내리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역(逆)전세난’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