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위험' 막아라"…금융업 향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조언

마이런 숄즈 미국 스탠퍼드대 비즈니스대학원 석좌교수. /사진=성균관대학교
“세계 금융시장의 혁신은 여러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습니다.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혁신 모델의 결점을 보완해야 합니다.”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런 숄즈 미국 스탠퍼드대 비즈니스대학원 석좌교수(사진)는 7일 ‘성균관대 명륜 강좌 특강’에서 이같이 말했다. ‘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한 숄즈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구 증가 등이 금융업에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1969년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영학박사를 받은 숄즈 교수는 금융경제학 분야에서 옵션 가격의 기댓값을 구하는 방정식 ‘블랙-숄즈-머튼 모형’의 창시자다. 이 모형은 파생금융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 혁신적인 기준을 제공한 이론으로 꼽힌다.

숄즈 교수는 금융시장이 ‘꼬리 위험(Tail risk)’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꼬리 위험은 발생할 확률은 낮지만 한 번 발생하면 자산 가치에 엄청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을 뜻한다. 그는 “꼬리 위험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할 때 일어나기 쉽다”며 “발생 확률이 낮아 간과하기 쉽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은 반드시 주시해야 할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꼬리 위험을 낮추려면 ’평균 수익’을 추구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숄즈 교수는 “단순히 평균 수익을 올리려는 시도는 위험 투자로 이어져 시장에 적신호가 올 수 있다”며 “지금은 체계적인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금을 유치해 안정성을 추구할 시점”이라고 했다.금융업이 중앙 통제에서 벗어나 탈중앙화 체계로 나아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거래소나 은행에 의존하지 않고 블록체인 등을 통해 개인별 맞춤형 금융 시스템이 보편화할 것이란 얘기다. 그는 “금융업의 모든 움직임은 탈중앙을 향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방대한 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업의 세계는 더욱 유동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핀테크 등을 접목한 혁신 금융 모델에는 모두 ‘결함’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데이터 체계화 등으로 과연 결함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를 활용하는 사람의 역량이 더 중요하고, 과도하게 의존하면 안 된다”고 했다.

금융 투자자와 소비자가 맞닥뜨린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는 ‘기후 변화’를 꼽았다. 정부와 금융회사 모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구조를 확립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숄즈 교수는 “국가 금융회사 등을 대상으로 탄소배출권 규제를 엄격히 시행해야 한다”며 “탈탄소화는 많은 시간과 자원 투입이 필요한 문제”라고 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