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호텔 앞 대기"…1시간 만에 3000만원어치 동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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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캉스 인기에 호텔업계 2분기 실적 개선
"3분기도 반등 기조 지속 기대"
# 7일 오전 10시50분. 서울 강남구 소재 호텔 '안다즈 서울 강남'이 개관 3주년 기념 이벤트로 선보인 ‘3주년 기념 럭키 드로우 객실 바우처’ 100장이 오전 10시 판매 시작 50분 만에 완판됐다.이는 휴가의 한 형태로 자리잡은 호캉스(호텔+바캉스)의 인기를 방증하는 사례다. 호캉스의 인기로 올해 2분기 서울 특급호텔 운영 기업의 실적이 뚜렷하게 호전됐고, 성수기인 3분기에도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장당 30만원짜리 바우처로 당첨 운에 따라 최소 40만원부터 최대 1200만원 상당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소식에 이른 아침부터 소비자들이 몰린 결과다. 한 시간도 채되기 전에 3000만원어치가 동난 셈이다.호텔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부터 배포한 구매 번호표를 받기 위해 59명(번호표 기준)이 판매 시작 전부터 호텔을 찾았다. 호텔 관계자는 "첫 번째 고객은 새벽 4시 반께부터 기다렸다"면서 "1인당 최대 3매까지 구매 가능해 사실상 10시 전에 판매물량은 배분이 끝이 난 셈이었다"고 말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호텔&레저 부문은 올해 2분기 28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1분기(24억원)보다 영업이익 규모가 큰 폭으로 늘었다. 해당 사업부 매출도 1558억원으로 46% 뛰었다.
뚜렷한 객실 투숙률 개선이 특징이다. 서울 신라호텔의 2분기 투숙률은 57%를 기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업계 안팎에서는 여름 휴가철 성수기 효과가 반영된 3분기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종대 하나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의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63% 급증한 340억원으로 추정된다. 호텔사업이 성수기에 진입한 만큼 실적 개선 주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등을 운영하는 GS리테일의 호텔 사업(파르나스호텔) 부문 역시 지난 2분기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파르나스호텔의 2분기 매출은 55.5% 뛴 81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신세계그룹 계열 호텔 운영사 조선호텔앤리조트의 경우 2분기에 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2019년 4분기 이후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롯데호텔을 운영하는 호텔롯데의 호텔사업부는 해외사업 부담에도 손실이 축소되는 흐름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5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지난해 상반기(영업손실 1214억원)보다 적자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호텔업계에선 3분기 꾸준히 내국인 수요가 이어진 만큼, 하반기에도 주요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서울 시내 주요 특급호텔들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누리고 있다. 수천만원대의 결혼식 비용이 들어가는 웨딩 부문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주말 일정이 모두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뷔페 등 식음(F&B) 사업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모임과 행사가 활성화되면서 꾸준히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꾸준히 내국인 수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수요 회복도 기대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바닥 구간을 지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입국 전 코로나19 검사 폐지 등 조치도 외국인 관광객 수요 개선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국내에 입국하는 모든 사람은 입국 전 48시간 이내의 PCR 검사 또는 24시간 이내의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하고, 입국 후 하루 안에 PCR 검사를 받아야 했지만 지난 3일부터는 해당 검사가 폐지됐다.
특히 카지노와 연계된 호텔의 경우 외국인 VIP 고객 증가에 따른 카지노 부문 실적 개선에 관심이 쏠린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일본 방문객 회복에 따른 외국인 카지노의 실적 개선 흐름은 명확하다. 파라다이스는 여름 성수기 호캉스와 카지노 개선이 동시 발생해 3분기 반등과 하반기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