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처럼 엮여서 고문당해"…남북귀환 어부들의 50년 묵은 상처

춘천지법서 재심 사건들 심문기일 열려…"반드시 재심해야" 호소
법원, 검찰·피고인 의견 토대로 9월 내로 재심 여부 결정키로 "물고문과 전기고문에 구타까지, 선원들이 굴비처럼 엮여서 끌려간 뒤 가혹행위를 당했습니다.

공소장도 잘못된 게 많습니다. 재심이 반드시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귀환 어부들의 재심 개시 결정을 위한 심문기일이 7일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날은 우연인 듯 운명처럼 피해자들이 1972년 9월 7일 귀환한 지 딱 50년이 되는 날이다.

심문기일만을 손꼽아 기다린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50년 전 겪은 가혹행위를 어제 일처럼 또렷이 진술하며 재심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감금이 서류상 명백하고,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호소를 멈추지 않았음에도 국가보안법 또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았던 피해자들은 2022년에서야 법정에서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드러냈다.

재심 사건을 맡은 춘천지법 형사1부 김청미 부장판사는 진행에 앞서 "재판부 사정으로 만족할 만큼 이른 시간에 심문기일을 지정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최대한 빨리 재판을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은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재심 신청 후 수개월 간 검찰에서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다음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사건 성격상 빨리 의견서를 제출해줬으면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의견 제출 기한을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일부 사건은 2014년에 재심 청구를 했다가 2016년 법원에서 기각 결정이 있어 관련 사항을 검토해 조만간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2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직권조사 결정을 내리고 사건을 조사 중인 점을 들어 조만간 의견을 정리해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판부는 "9월 중으로 재심 개시에 관한 결론을 내렸으면 한다"며 1달가량의 의견 제출 기한을 두기로 했다.

춘천지법에 재심 청구를 낸 피해자들은 승운호, 제2승해호, 제6해부호 등에 탑승했던 납북귀환 어부들이다.

이들은 1971년 8월 강원 고성에서 오징어잡이 조업 중 납북됐다가 1972년 9월 속초항으로 귀환했으나 국가보안법 등으로 옥살이했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2월 승운호를 포함해 1965∼1972년 납북 귀환한 109척, 선원 982명에 대해 최근 직권 조사하기로 했다.

2기 진실화해위에 지난달 31일까지 접수된 강원 도내 사건은 총 178건이다. 강원도는 납북귀환 어부들의 인권침해 사건 규명에 힘을 보태고자 '강원도 납북귀환어부 국가폭력피해자 등의 명예회복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지난 6월 민관 합동추진단을 꾸려 피해자들의 진실규명 신청을 돕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