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덕질이 곧 재테크…돈 되는 작품, 우리가 좀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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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옥션블루 2030 여성 5인방포켓몬 띠부실(스티커)부터 스타벅스 굿즈, 한정판 스니커즈, 명품 시계까지…. ‘컬렉션’은 이미 우리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희소성 있는 상품을 더 비싼 값에 되팔 수 있는 리셀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분야의 컬렉터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컬렉션의 최정점이라고 불리는 미술품 투자에 나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도 적지 않다.
취미·재테크에 관심 많은 MZ세대
미술시장 뛰어들어 투자 동참
좋은 작품 고르려면 많이 봐야
NFT 복제 위험? 진품가치 더 높여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블루 본사에서 만난 MZ세대 직원 5인은 “최근 MZ세대가 미술품 수집을 넘어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미선 아트크리에이터는 “희소한 물건일수록 가치는 더욱 올라가기 때문에 컬렉터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컬렉션의 최정점으로 미술품이 꼽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지윤 브랜드디렉터는 “컬렉션은 사실 ‘덕질’”이라며 ‘좋아하는 상품을 사 모았는데 그게 재테크로 연결되다 보니 취미생활과 재테크에 관심이 높은 MZ세대가 ‘아트테크(아트+재테크)’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말했다.미술품 투자 열기는 지난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프리즈 서울’ 아트페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서울에 처음 온 스위스 하우저앤워스갤러리는 개막 한 시간 만에 작품 15점, 시가 100억원대에 이르는 작품을 모두 팔아치웠다. 행사장은 ‘인증샷’을 찍는 MZ세대로 붐볐다.
미술시장에 정보기술(IT)이 접목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소투, 테사, 아트앤가이드 등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은 주요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소투를 운영하는 서울옥션블루는 온라인 미술품 경매부터 조각 투자 플랫폼, 미술품 기반 NFT(대체불가능토큰) 컬렉션까지 구축했다. 미술품과 IT를 결합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면서 미술 투자 대중화를 주도하는 대표적 아트테크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서울옥션블루 온라인 경매를 총괄기획하는 문예니 미술품운영팀장은 “자신만의 갤러리를 여는 MZ세대가 생겨나고 있다”며 “아트 컬렉션은 더 이상 재벌가 사모님들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소투 플랫폼 고객의 60%가량은 MZ세대다. 1인당 평균 투자금은 92만원 수준이다. 문 팀장은 “좋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는 일단 많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술품 낙찰가 추이를 보면서 직접 경매를 통해 작품을 구매해보는 것도 안목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소투의 서버 개발 및 운영을 담당하는 박혜미 개발자는 “미술품은 주식, 부동산, 코인보다 특별함이 있는 투자”라며 “전시회에서만 접하던 미술 작품이 내가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이 되면서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품 투자가 취향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놀이’ 문화가 되고 있다”고도 했다. 박 개발자는 야요이 구사마 작가의 ‘호박’을 시작으로 현재 30여 개 작품의 ‘보유 카드(조각)’를 갖고 있다.
정선희 3차원(3D) 비주얼라이저는 서울옥션블루의 자회사 엑스엑스블루에서 미술 작품을 NFT로 구현하는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를 졸업한 실력자로, 미국 유통 플랫폼의 그래픽디자이너를 겸하고 있다. 그는 “NFT 아트의 가장 큰 걸림돌로 복제 가능성이 꼽히지만 이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며 “시장에 복제품이 많이 유포될수록 오리지널 디지털 아트의 명성과 가치는 올라간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