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괜찮다던 경상수지도 '8월 적자' 예고…원화, 브레이크 없는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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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흑자 66억弗 급감한국의 상품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건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처음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주력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까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당장 지난 8월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뜩이나 곤두박질치는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이란 우려가 나온다.
에너지 수입 단가 급등하고
對中적자 지속에 불확실성 커져
○수출보다 수입 증가폭 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수출액은 590억5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7억9000만달러(6.9%)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주력 품목과 주력 시장의 수출이 모두 둔화했기 때문이다. 품목별로는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석유 제품이 82.6%, 승용차가 26.3% 늘었지만,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는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역별로는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대(對)중국 수출이 같은 기간 -2.7%를 기록하면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한국의 4위 수출시장인 일본에 대한 수출도 -1.7% 줄었다.반면 수입 증가폭은 가팔랐다. 7월 수입액은 602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5억2000만달러(21.1%) 급증했다. 석탄(110%), 원유(99.3%), 가스(58.9%) 등 원자재 수입이 35.5% 대폭 늘어났고, 반도체(23.8%)를 비롯한 자본재와 곡물(28.2%) 등 소비재도 각각 7.6%와 8.5% 증가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무역수지 적자가 5개월 연속 이어지는 데다 지난달 무역적자 폭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상황에서도 “상품수지는 양호하다”거나 “경상수지가 진정한 국제수지”라는 ‘방어 논리’를 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7월 경상수지(10억9000만달러)는 전년 동기 대비 85% 이상 급감했고, 상품수지(-11억8000만달러)는 10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8월에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까지 공식화됐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8월 무역수지가 이례적으로 큰 폭의 적자를 보이면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는데 상품수지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본원소득수지나 서비스수지도 봐야겠지만 현재로선 경상수지 적자 전환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환율 급등에 반도체 부진 영향도
상품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둔화 소식이 전해지자 원·달러 환율은 이날 1380원대를 넘어섰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원50전 오른 1384원20전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388원40전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외환당국이 시장 점검을 위해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 회의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급등세가 다소 진정됐다. 이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것은 경제와 금융시장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구두개입성 발언을 하면서 환율 상승 속도는 주춤해졌다. 장 마감 직전에는 한은이 “최근 원화 약세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고 구두개입을 했다.하지만 시장에선 환율이 당분간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위축, 유럽발(發) 에너지 대란 등 환율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 많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더해 최근엔 한국의 수출 둔화가 원화 약세 요인으로 가세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황 악화는 최근 들어 원화 약세가 주요국 대비 두드러진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간한 ‘9월 경제동향’에서 “반도체 수출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8.5% 하락해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며 “반도체산업의 경기 하강은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세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KDI가 경기 회복세 약화를 언급한 건 지난 6월 이후 석 달 만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하락세가 예상보다 완만하면, 원·달러 환율 1450원 가능성도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황정환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