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들 트윗 7000여건 들여다보니…최대 화두는 '돈 가뭄'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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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스타트업 트윗 분석…'투자' 키워드 최다 언급국내외 스타트업이 가장 관심을 갖는 화두는 무엇일까. 요즘 뜨는 사업 아이템은 무엇이고, 주목받는 지역은 어디일까.
올들어 성장세 꺾이며
자본유치 관련 단어↑
'개발자'도 빈출 상위권
업계 내 인재난 반영
플랫폼·공유·글로벌…
공통 관심사 드러내
일본이 美만큼 언급
"현지 진출 관심 높아"
해외는 암호화폐 주목
스타트업 업계의 관심 분야와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창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한국경제신문의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Geeks)가 7일 국내외 스타트업 업계의 트윗 7342건을 분석한 결과 최근 최대 관심사는 역시 ‘투자’였다. 투자 관련 트윗 건수가 421건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 밖에 ‘라운드’ ‘데모데이’ ‘펀드’ 등 자본 유치와 관련한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특히 올 들어 투자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돈 가뭄’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가 컸다.해외에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상징하는 ‘crypto’, 차세대 인터넷을 뜻하는 ‘web 3.0’ 등 기술 중심 키워드가 뚜렷하게 부상했다.
스타트업 최대 관심은 역시 ‘투자 유치’
이번 조사에서 국내 게시글 중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투자’로 나타났다. 팔로어 3000명 이상의 트위터 사용자 계정에서 100~200개 상당의 트윗을 ‘웹 크롤링(웹에서 데이터를 추출해 가공하는 기법)’한 결과다. 스타트업 공식 계정과 창업자, 스타트업 재직자, 벤처캐피털(VC) 등 다양한 분야의 목소리가 담겼다.국내 트윗 4144건 중 투자가 빈출 단어 1위를 차지한 것은 작년과 올해 상반기의 투자 온도 차가 영향을 끼쳤단 분석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실적은 7조680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다 보니 투자 유치 성공을 전하는 트윗 내용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선 투자 시장이 식었음을 경고하는 트윗이 늘어났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전 라운드와 동일한 가치로 투자받아도 성공적 펀딩”(배기홍 스트롱벤처스 대표, 올해 8월 24일)이라는 트윗이 대표적이다.투자업계에선 최근 글로벌 투자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도 이 키워드가 자주 노출된 배경으로 꼽고 있다. 투자에 이어 트윗에 두 번째로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서비스’(198건)였다.
의외로 일본에 대한 관심 높았다
최근 개발자 인력난을 반영하듯 ‘사람’에 대한 관심도 지대했다. 사람(144건), 개발자(138건)가 나란히 노출 빈도 3, 4위를 나타냈다. 이 밖에 ‘팀’ ‘멤버’ ‘채용’ ‘개발’ ‘코딩’ 등 개발자 인력난을 반영하는 키워드가 트윗에 많이 등장했다. 데이터, 인공지능(AI) 분야가 떠오르면서 개발자 부족 현상은 최근 1~2년 새 업계의 ‘몸값 전쟁’을 촉발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재직자들이 ‘리드급 개발자에게 필요한 역량’ ‘실리콘밸리 개발자 성공기’ 등을 공유하며 언급량이 증가했다.‘플랫폼’은 노출 빈도 5위에 오르며 최근 1~2년간의 플랫폼 창업 열기를 반영했다. 대부분 스타트업이 자사를 플랫폼으로 묘사하면서다. 관련 내용을 트윗한 한 P2P(개인 간 거래) 스타트업 관계자는 “플랫폼이란 단어는 업계에서 일반명사화됐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공유’도 71건이 언급되면서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 공유 숙박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조산구 위홈 대표 등은 지난 6월 “위홈의 공유 숙박 실증 특례가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 연장됐다”며 관련 내용을 전했다.글로벌 관련 단어도 국내 스타트업 사이에 자주 언급됐다. 특히 ‘일본’이 46건 언급되며 ‘미국’(49건)과 근소한 차이를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김태현 와우파트너스 대표,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 등이 창업진흥원·신한금융그룹의 한국 스타트업 일본 진출 지원 업무협약 체결 소식과 일본 엔젤투자자 네트워킹 플랫폼 등을 소개하면서 언급량이 늘었다. 미국은 금리, 수출 등 경제 상황과 함께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동향이 주로 언급됐다. 임정욱 TBT 벤처파트너는 “일본은 국내 스타트업이 진출을 고려하는 국가로, 미국은 실리콘밸리 기업 중심의 벤치마크 대상으로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기술과 관련한 단어는 데이터(44건), 메타버스(26건), 에너지(23건), 모빌리티(20건)·AI(14건) 등이 트윗에 많이 등장했다.
해외에선 암호화폐 여전히 관심
해외 스타트업 인사들의 트윗을 분석해 보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3198건의 트윗 중 1위와 2위를 기록한 ‘people’(사람·137건), ‘companies’(회사·76건)의 뒤를 이어 ‘crypto’(암호화폐·67건)가 3위에 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세쿼이아캐피털, Y콤비네이터 등 글로벌 투자사가 암호화폐 관련 소식을 적극적으로 트윗하고 공유하며 눈길을 끌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정보기술(IT) 전문 투자사인 앤드리슨호로비츠가 ‘분산원장 속도 최신기술 동향’ ‘암호화폐를 위한 재무관리’ 등을 게시하며 ‘web 3.0’(17건) ‘NFT’(대체불가능토큰·10건) 언급량이 증가했다. 실리콘밸리의 투자 전설로 불리는 팀 드레이퍼는 ‘bitcoin’(비트코인)을 41건이나 언급했다. 그는 “주식보다 암호화폐 랠리가 먼저 온다”고 말하는 등 대표적인 암호화폐 지지자 중 하나다.1억 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한 머스크는 최근 우주에 대한 관심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본인이 설립한 민간 로켓 기업인 스페이스X(9건)를 지난달에만 테슬라(8건)보다 많이 언급했다. 지난달 그가 올린 우주발사체 엔진 영상은 10만 개에 가까운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medical’(의료)을 53건 언급했다. 30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그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부터 트위터에서 집중적으로 활동했다.
이후 소프트뱅크그룹의 벤처투자사 소프트뱅크벤처스가 한국 원격의료 플랫폼인 닥터나우의 시리즈A, 시리즈B 투자에 모두 참여하는 등 의료 분야 투자를 늘렸다.참 한 가지 더
링크드인·디스코드 '급부상'…스타트업 관심 몰린다구직 전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드인과 메신저 서비스 디스코드가 스타트업 업계 인사들의 새로운 소통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점령했던 시장을 각각 전문성과 폐쇄성을 앞세워 공략하고 있다.
링크드인은 개인의 일상생활을 다루던 일반적인 SNS와는 달리, 비즈니스에 대한 전문성을 내걸고 회원을 모아왔다. 본인이 재직했던 직장 정보나 졸업 학교 등, 일종의 '온라인 이력서'를 만들어 표시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구직 플랫폼 역할도 겸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16년 31조원을 들여 파격적인 인수합병(M&A)을 단행했는데, 이는 지난 1월 블리자드가 82조원 상당에 인수되기 전까지 가장 높은 몸값의 M&A였다.
스타트업이 링크드인을 활용하는 방식은 다양해졌다. 링크드인은 개인의 비즈니스 이력도 올릴 수 있지만, 게시글을 올릴 수 있는 형태가 활성화되며 업체들 공식 계정을 운영할 수도 있게 됐다. 미국의 대표적 유니콘으로 꼽히며 증시에 입성한 에어비앤비(212만 명), 우버(238만 명) 등은 모두 링크드인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 각각 5만 명, 12만 명에 달하는 자사 링크드인 가입 직원들의 프로필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화자산운용이 투자한 디지털 보험 업체 헬스IQ는 링크드인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해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디스코드는 2015년 만들어진 서비스다. 초기에는 음성과 일반 채팅 기능만을 제공하다가, 이후 게임 이용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몸집을 불렸다. 디스코드는 개인정보 활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디나 기타 정보를 몰라도, '단체 카카오톡 방'처럼 채팅방을 생성해 원하는 사람에게 코드를 배포할 수도 있다. 디스코드는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급부상하는 채널이다. 폐쇄성을 갖추면서도, 회원 관리가 용이하도록 기능이 강화됐다.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나 메타콩즈 프로젝트 등 주요 대체불가능토큰(NFT) 프로젝트들도 모두 디스코드 채널 활성화가 기반이 됐다. 국내선 최근 삼성전자·라인 블록체인 등 대기업과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채널이 늘어나고 있지만, 다수의 블록체인 스타트업 개발자들 역시 디스코드를 거점으로 활동을 늘려가고 있다.
이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