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내년까지 간다던데…달러예금 들어가도 될까 [채선희의 금융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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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가상자산 가격 급락…금까지 주춤자산시장이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른바 '킹달러'로 불릴 만큼 달러화가 역대급 강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활황을 맞았던 주식시장은 빠르게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달러인덱스 20년 내 최고…원·달러 환율, 1400원 전망
달러예금 잔액 급증…은행들 유치 경쟁 치열
가상자산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대표적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 두 달만에 1만9000달러가 무너진 가운데 다음 저점이 1만5000달러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여기에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마저 찾는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관심을 끕니다. 통상 금은 달러화로 가격이 표시되는 만큼 달러 상승은 금 가격에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6월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이후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달러화 가치는 연일 오르고 있습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유럽 에너지 대란, 중국 위안화 약세 등이 더해져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고점을 높여갈 전망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이 뚫릴 경우 달러 매수 심리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선 Fed가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달러화도 내년까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강달러 투자자들도 관심 늘어
위험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달러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달러에 투자하는 방법은 먼저 달러를 직접 매수하는 방법이겠지요. 가장 안전한 방법이지만, 보관 등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만큼 권하는 투자법은 아닙니다. 달러 투자 방법은 달러예금, 달러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이 있습니다. 환테크 초보자라면 예금자보호한도에 따라 5000만원까지 보호가 가능한 외화예금이 접근하기 쉬운 상품으로 꼽힙니다. 외화예금은 예금 이자에 더해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 차익도 볼 수 있는 상품입니다. 연간 금융 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부과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도 내지 않습니다.외화예금은 일명 달러통장이라고도 불립니다. 은행에서 외화예금통장을 개설하면 달러나 엔화, 유로화 등 살 수 있는 통화가 많지만 대부분 달러화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원화를 예금하듯이 달러를 통장에 담아놓는 상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통장을 개설하고 돈을 넣어놓으면, 환율 시세에 따라 달러로 변환이 됩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903억8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33억2000만 달러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달러화예금만 28억6000만 달러가 증가했습니다. 무려 4조원에 달하는 액수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이 815억9000만 달러로 집계되며, 한 달 만에 24억4000만 달러(3조3900억)가 불어났습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 등이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예금을 의미합니다.
달러예금부터 ETF·ETN·RP까지 투자가능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약 5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1월 대비로는 5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흘러들어갔습니다. 환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환테크족이 늘다보니 은행들의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외화예금이 늘면 은행도 이익입니다. 금융시장 불안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지만, 외화예금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외화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중은행들이 출시한 대표 외화예금 상품으로는 국민은행의 'KB TWO테크 외화정기예금', 우리은행의 '우리 더(The)달러 외화적립예금', 신한은행의 '외화 체인지업 예금통장', 하나은행의 '밀리언달러 통장' 등이 있습니다.
다만 지금 달러예금을 가입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환율이 얼마나 더 오를지 예측이 어려운 데다, 이미 달러가 많이 오른 만큼 차익을 크게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정부와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도 커진 상황입니다. 당국은 "원화의 약세 속도가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 시장 안정에 적극 노력하겠다"는 개입 신호를 여러차례 보내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달러 독주를 막을 순 없지만 상승 속도가 한풀 꺾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화예금도 주식투자와 같다"며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만큼 처음부터 큰 돈으로 시작하는 것보단 여윳돈 내에서 적립식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달러는 매수할 때와 매도할 때 가격이 다른 만큼 환전수수료 등 비용을 고려해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