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하주차장 참사 희생자 첫 발인 눈물 속 엄수

곳곳 울음바다…아들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
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 주차장 참사 희생자의 첫 발인이 눈물 속에 진행됐다. 8일 오전 9시께 경북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허모(54) 씨의 발인식에서 유족들은 눈물로 고인을 배웅했다.

장례지도사의 인도를 받으며 20대 아들이 어머니의 영정을 들고 장례식장 밖으로 나왔고 두 딸은 어머니의 관이 운구차에 옮겨지는 것을 지켜봤다.

딸들 곁에 있던 허씨의 남편은 아무 말없이 관을 응시했다. 허씨는 참사 초기 실종자 명단에 들어있지 않았다.

그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지난 6일 오전 남편을 대신해 자동차를 빼러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다가 범람한 하천물이 유입되면서 실종됐다.

수색 끝까지 신원 미상으로 분류됐던 그는 포항의료원이 유족에게 신원불명자 확인 통보를 요청하며 신원이 확인됐다. 허씨의 아들은 "타지에서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와, 마지막 수색까지 현장에서 지켜봤다"며 "어머니는 자상한 분이셨다.

평소 연락을 자주 드리지 못한 거 같아 너무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지하주차장 희생자 유족들은 합동 장례식을 치르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결정했다.

허씨 발인이 진행되는 동안 장례식장 곳곳은 울음바다가 됐다. 소방당국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희생자 중에는 허씨 외에도 60대 부부 한 쌍이 있었다.

남편 남모(68) 씨와 아내 권모(65) 씨다.

참사 당일 이 부부의 며느리는 소방당국 브리핑 현장을 찾아 시부모와 연락이 닿질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며, 추가 실종자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했다.

노부부의 안사돈은 "그날 사위가 전화를 수십번이나 했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아 딸과 사위가 직접 아파트에 갔다"면서 "휴대전화 두 대 모두 방에 있었다"고 전했다.

유족 중에는 경북경찰청 독도경비대원으로서 참사 현장에 오기 어려웠으나, 경찰이 급파해준 헬기를 타고 동생 서모(22) 씨의 마지막 길을 챙기게 된 순경도 있다.

참사로 숨진 동생 서씨는 불과 지난 4월 해병대에서 전역했다.

동생 서씨는 다른 희생자들처럼 차를 빼라는 방송을 듣고 형 서 순경의 차를 빼주러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서 순경은 "동생과 평소 통화를 자주 해서 어떻게 지내는지 묻고 했다"며 "두 달 전 휴가 나와서 동생이랑 드라이브했다"고 떠올렸다.

동생이 참사를 당했는데도 서 순경은 기상 여건 때문에 곧장 달려올 수 없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은 서 순경을 위해 헬기를 지원했다.

서 순경은 참사 발생 다음 날인 지난 7일 오후 5시 20분께 독도를 출발해 40분 만에 포항공항에 내렸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선박 운항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헬기를 지원하게 됐다"며 "임무 때문에 조문에 동참한 다른 대원은 없으나, 마음은 모두 포항에 가 있다"고 말했다.

지하주차장 참사 희생자 가운데 옆 아파트(2단지) 주민 안모(76) 씨는 십자성 부대 출신으로 1년 6개월간 월남전에 참전했다.

고인은 통장직을 맡아 늘 가족과 주민을 위해 바쁜 일상을 보냈다고 유족은 전했다.

다른 아파트 주민 주모(66) 씨의 발인은 이날 오전 8시께 국화원에서 엄수됐다.

한편,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한 지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에서 하천 '냉천'이 범람하며 3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실종됐던 2명은 무사히 구조됐으나,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6명과, 2단지 주민 1명, 다른 아파트 주민 1명 등 8명이 사망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9시께 현장에서 수색을 재개했다. 배수율은 95%라고 경북소방본부는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