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개월 만에 '긴급 시장점검회의' 개최한 이유 [조미현의 BOK 워치]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1380원을 돌파한 지난 7일. 한국은행은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긴급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지난 6월 이후 처음입니다.

이날 회의는 한은이 다른 때보다 더 시장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참석자도 직전 긴급 시장상황 점검회의보다 많았고, 임원도 여럿 참석했습니다. 직전 회의에는 이 부총재 포함 8명의 국·팀장이 자리했지만, 이번 회의에는 이 부총재와 민좌홍 부총재보, 이상형 부총재보 등 임원이 3명에다 국·팀장 8명이 참석했습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1시간 정도 이어졌다고 합니다. 외환시장이 열리는 도중인 오후 2시께 회의가 시작됐고, 회의 결과는 외환시장이 끝나기 직전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김병언 기자
이 부총재는 "원·달러 환율은 주로 미 연준의 긴축 기대 강화 및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빠르게 상승했다"며 "이러한 흐름은 주요 통화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최근 원화의 약세 속도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는 한편 시장 안정에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ECB(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 결정회의 등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므로 추석 연휴 기간 중 국제금융시장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대응 태세를 공고히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장 마감 직전 한은의 회의 결과 소식이 전해지자 1388원40전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가 소폭 둔화한 1384원20전에 마감했습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달러 초강세라는)거대한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피할 수 있을 땐 피하고 물결을 따라 안전하게 안착하도록 하는 게 당국의 역할"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 상황에 대해 괜찮다고만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과의 소통은 물론 필요시 개입도 과감하게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