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벌벌 떨게 만든다더니"…이복현, 소탈한 행보 이유 [이호기의 금융형통]

CEO 간담회만 20여회
숨가쁜 이복현의 소통 행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이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에서 구세군과 금융권 주최로 열린 '2022 아름다운 추석 나눔' 행사에 참석해 한 상인이 건넨 송편을 맛보고 있는 모습.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15일부로 취임 100일을 맞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며 지난 6월 8일 사상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에 오른 그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취임 직후 각종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취임 일성으로 '라임·옵티머스 사건'의 재조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금융권을 긴장시켰고 이어 은행의 '이자 장사' 발언으로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대출 금리에 금감원이 무리하게 개입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요.이 같은 초기 시행착오가 없지는 않았지만 점차 자신에게 쏠린 세간의 관심과 부담감을 떨쳐내고 스스로의 페이스를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이 원장이 활용한 수단은 바로 외부 간담회였습니다. 취임 열흘여만에 주요 은행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5대 금융지주사, 보험사, 금융투자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 상호금융회사, 외국계 금융회사, 회계법인 등에 이르기까지 주요 업권별 최고경영자(CEO)들을 모두 만났고 빅테크·핀테크, 가상자산업계,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 연구기관 등 민간 업계 대표 및 전문가들과도 잇따라 회동했지요.

취임 후 이 원장이 주최한 공식 CEO 간담회만 총 20여회로, 지금까지 일주일에 평균 1.5회 가량의 일정을 소화한 셈입니다.이 원장을 직접 대면한 금융사 CEO들도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한 보험사 CEO는 이 원장에 대해 "대통령 측근인데다 과거 '재계 저승사자' 역할을 했던 검사 출신이라는 배경 탓에 딱딱하고 강압적일 것이란 선입견이 없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하며 사적인 얘기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 등 겸손하고 소탈한 태도가 인상깊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원장은 금융권 뿐만 아니라 언론과의 접촉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공식 기자간담회는 물론 점심·저녁 식사 시간 등을 활용해 출입기자들과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가감없이 밝히고 때로는 조언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소 민감한 듯 싶은 발언이 외부에 지라시 형태로 유출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이 원장의 소통 의지에 별 영향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원장은 추석 연휴를 앞둔 8일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재래시장을 찾아 떡·과일 등 식료품을 구입해 약 20여 개 사회복지단체에 전달하는 나눔 행사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 등 주요 금융사 임원들이 동행하기도 했지요. 시장 상인이 건네는 송편을 받아먹으며 미소짓는 그의 모습은 잘나가는 검사나 금융당국 수장이라기보다 사실상 정치인에 가까웠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 원장은 추석 연휴에도 가족과의 달콤한 휴식 대신 오는 12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최고위급(GHOS) 회의 참석 차 첫 해외 출장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연휴가 끝난 뒤에도 취임 100일을 맞는 오는 15일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개최합니다. 이처럼 숨가쁘게 달려온 이 원장의 100일이 과연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해 도약하기 위한 도움닫기였을지 앞으로 꾸준히 지켜봐야겠습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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