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끈질기게 설득한 구찌…결국 '경복궁 패션쇼' 연다 [배정철의 패션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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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디올, 패션 브랜드 서울로 몰리는 이유
구찌는 8일 “오는 11월 1일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문화재위원회에서 제시한 조건을 맞춰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연달아 유명 패션 브랜드의 패션쇼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명품기업들이 한국에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점이 고려됐다.구찌는 지난해 5월 1~4층 약 1015㎡ 규모의 ‘구찌가옥’을 한남동에 열고 한국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디올은 지난 4월 이화여대에서 15년 만에 서울 패션쇼를 열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전세계 명품시장에서 요즘 가장 핫한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구찌 경복궁 근정전에서 첫 패션쇼
구찌의 ‘경복궁 패션쇼’는 지난달 보그코리아의 청와대 한복 패션 화보 촬영이 논란을 빚으면서 취소 위기를 겪기도 했다. 패션잡지 보그코리아가 청와대에서 촬영한 한복 화보집을 두고 “문화유산을 ‘돈벌이’로 활용한다”는 논란이 일어나면서다.하지만 구찌 측이 문화재청을 끈질기게 설득하면서 예정대로 패션쇼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구찌는 지난 5월 이탈리아 남부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카스텔 델 몬테’(몬테성)에서 열린 패션쇼를 들어 홍보 효과가 상당했다고 설득했다. “경복궁을 알릴 좋은 기회인데 왜 취소하느냐”는 여론도 행사 속행을 결정한 배경 중 하나로 알려졌다.문화재청 관계자는 “‘경복궁 구찌 패션쇼’ 개최가 취소됐다는 보도 이후에 구찌 측에서 강력한 개최의지를 보였다”며 “구찌가 안전·보존 조치에 관한 철저한 이행계획서를 지난 5일 제출했고 최종적으로 가결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구찌 컬렉션 ‘코스모고니’는 천문학에서 영감을 얻었다. 경복궁은 왕실 천문대를 갖추고 천문학 연구가 이루어진 장소다. 미켈레는 '경복궁 패션쇼'에서 한국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예정이다. 구찌 관계자는 “천문학에서 영감을 받은 구찌 코스모고니 컬렉션을 소개하는 완벽한 장소”라고 말했다.
배정철/성수영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