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세 도입 미뤄 시장 활성화?…"효과는 글쎄" [정의진의 경제현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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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금투소득세
2년 전엔 정부가 '선진화' 홍보해놓고
尹공약에 과세 시기 2년 유예 방침
금융시장 활성화 효과 불확실하고
조세형평성 등 과세 원칙 허물어
국회 문턱 넘지 못할 가능성에
증권사들은 내년 1월 도입 준비중
정다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부연구위원은 조세연이 지난달 발간한 '재정포럼 8월호'에 이 같은 의견을 담은 '2022년 세제개편안 평가' 보고서를 게재했다. 정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경기 둔화 등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를 세제개편안에 포함시켰지만, 이번 유예가 금융시장 활성화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2020년 6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국회는 정부안을 바탕으로 같은해 12월 금융투자소득세를 2023년 1월부터 도입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핵심은 주식 양도차익에서 5000만원을 공제한 금액에 대해 20%의 세율(3억원 초과분은 25%)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주식을 제외한 기타 금융투자 소득에 대해선 공제액이 250만원만 적용되기 때문에 주식에 대한 특혜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래도 현행 제도보다는 세법이 단순명료해지고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에 가까워지기에 학계와 금융업계에선 '바람직한 개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상엽 경상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0년 논문을 통해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면 금융상품 사이의 과세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고, 금융상품간 손익통산을 허용함으로써 담세력에 맞는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정부가 '선진화'라고 스스로 홍보해놓고선 올 들어 갑자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2년 유예하겠다고 말을 바꾼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 시절 주식 양도세 도입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TV토론회에 나와 "지금 우리 주식시장이 굉장히 어려운데 양도세를 만들면 연말에 이탈 현상이 생겨 주식 시장 왜곡이 생긴다"며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지난 5월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주식시장을 둘러싼 여건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유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추 장관은 장관직을 수행하기 전인 2020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직접 대표발의한 인물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 기재부는 지난 7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시기를 2023년 1월에서 2025년 1월로 2년 연기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동시에 증권거래세는 올해 0.23%에서 내년 0.20%로 0.03%포인트 내리고, 2025년엔 0.15%까지 더 인하할 계획이라고 기재부는 밝혔다.
야당도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조치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6월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방침을 밝혔을 당시 "주식 하락 국면에서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는데, 제도가 유예되면 손익통산제도도 유예돼 손해를 본 개미투자자들에게 아무런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제도 시행을 유보해야 할 어떤 실익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소득세 제도는 과세기간 전 5개년에 대해 이월결손금을 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주식 매매차익이 발생해도 직전 5개년 동안 발생한 손실을 합산해 과세표준을 정한다는 의미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