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한다는데, 아이는 언제 낳을거냐"…명절 갈등 격화

韓 인구 2070년까지 27% 감소 전망
세대간 격차 심해 명절 때마다 대립
나이 많을수록 결혼·자녀에 긍정적
젊은 세대 "경제적 여건 가장 커"
명절 기피 잔소리에 '결혼·자녀 계획'
사진=연합뉴스
취준생일 때는 '취업 언제 하냐', 직장인 되니 '결혼 언제 하냐', 이젠 결혼하니 '애 언제 낳냐'고 압박하시네요. 누굴 위한 인생인가요?
딩크(자녀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족인 A씨(34)는 찾아온 추석 연휴가 반갑지만은 않다. 그간 코로나19로 고향길 방문을 자제해왔던 터지만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을 찾아뵙기로 했다. 본인들 코가 석 자라는 생각에 처음부터 아내와 딩크족을 선언했건만, 부모님은 "나라 망한다는데 왜 아이를 안 낳느냐"고 잔소리를 늘어놓으신다.

최근 출산율 지표가 악화하는 가운데, 명절을 앞두고 젊은 층과 노년층의 세대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된다.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장래인구 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올해 79억7000만명에서 2070년 103억명으로 29.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한국은 같은 기간 5200만명에서 3800만명으로 27%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세계 인구 성장률은 0.83%로 집계된 와중에 한국은 -0.23%로 이미 감소 추세를 보인다. 약 20년 뒤인 2040년이면 세계 인구 성장률은 0.65%, 한국은 -0.34%가 되고, 2070년에는 각각 0.18%, -1.24%가 될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봤다.

특히 한국의 생산연령(만 16~64세) 비중 또한 올해 71.0%에서 계속 떨어져 2040년 56.8%, 2070년 46.1%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생산연령 인구 비중이 올해 64.9%, 2040년 63.9%, 2070년 61.4%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진 수준이다.이런 추세 속에서 세대 간 인식 격차는 매우 크다. 한국갤럽이 지난 5월 발표한 '결혼과 양육 관련 인식'에 따르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결혼과 자녀 양육이 필요하다고 보는 비중이 더 컸다. 결혼과 자녀 양육에 긍정적인 50대는 80% 안팎인데 20대는 50% 안팎에 불과하다. 특히 부정적인 20대 남성보다 20대 여성의 비중이 2배가량 더 많은 것으로 조사돼 남녀 편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살거나 딩크족에 대해서도 20대 남성 40%가 '좋게 생각한다'고 했으나 20대 여성은 80%에 달했다.
출처=한국갤럽
출처=한국갤럽
출처=한국갤럽
지난 1월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저출산 원인으로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꼽은 비중이 32.4%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사회,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19.8%로 2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각종 과거 조사에서도 대부분 경제적 여건을 출산 기피 이유로 가리키고 있다.

또 다른 딩크족인 B씨(32)는 "개인적인 여유가 있고 아이가 커가기에 더 좋은 사회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아이를 낳았겠지만 정말 나 혼자 살기도 벅찬 분위기다"며 "남자든 여자든 대부분 친구는 '결혼을 해야 한다', '아이를 낳아야 한다' 무조건적인 기조가 없는데 부모님 세대는 그런 사회 분위기를 알고도 내심 우리 부부가 아이를 낳길 바라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명절에 어쩌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방어하기 바쁘다"고 덧붙였다.

기성세대의 고민도 적지 않다. 딩크족 신혼부부 자녀를 둔 C씨(65)는 "사회가 많이 변화하다 보니 아이 낳는 게 자연스러웠던 세대 입장에서는 자녀 부부가 아이를 안 낳는다는 게 다소 서운하기도 하다"면서 "중국 같은 사례를 보면 사실 인구가 국력인데, 그간 국가와 함께 성장해왔던 세대 입장에서 보면 국가의 미래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이러한 격차를 나타내듯 명절을 기피하는 잔소리로 결혼 및 자녀 등 사생활 관련 잔소리가 상위권에 들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설문조사에서 '이번 추석 연휴에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잔소리' 묻는 조사에서 1위는 '교제나 결혼'(31%), 2위 다이어트나 몸 관리(25%), 3위 '2세 계획 등 자녀 계획'(21%) 순으로 나타났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