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추석…열차역·터미널 귀성객들로 북적

코로나19 이후 처음 거리두기 없는 명절…해외로 떠나는 '추캉스족'도 많아
"코로나19로 3년 만에 처음으로 명절 기간 부모님 댁에 방문합니다."
8일 서울역에서 포항행 기차를 기다리던 정윤희(37) 씨는 "부모님에게 코로나19를 옮길까 봐 걱정돼서 그간 고향을 한 번도 찾지 못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본격적인 귀성행렬이 시작된 이 날 서울역과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은 아침부터 일찍 인파로 북적였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거리두기가 없는 명절이라 시민들 표정에는 가족들이 오랜만에 다 같이 모인다는 설렘이 가득했다.정오께 서울역에는 길쭉한 대기용 의자에 빈자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가족에게 선물하기 위해 꽃집에서 꽃을 고르거나 ATM에서 돈을 인출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울산으로 가는 기차표를 아직 구하지 못했다는 이상민(40) 씨는 "바빠서 예약을 놓쳤는데 금세 표가 매진돼 서울역 현장에서 사려고 기다리는 중"이라며 "3년간 명절에 집에 가지 못했다.이번엔 부모님뿐만 아니라 친척들도 다 모이기 때문에 꼭 가야 한다"고 초조해했다.
고속버스터미널에도 이날 오전부터 캐리어와 각종 선물을 양손에 든 시민들로 붐볐다.

조카 손주에게 줄 김 두 상자를 챙긴 민연자(67) 씨는 "코로나19에 폭우가 겹쳐 이번 여름이 다사다난했지만 그래도 가족들을 본다고 생각하니 기대된다"면서 버스에 올랐다.설레는 한편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여전히 7만 명대를 기록하고 있어 가족 간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가방에 매실 세 통을 담았다는 이모(70) 씨는 "나는 4차까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지만, 조카 손주들이 걸릴까 봐 걱정돼 테이블을 따로 쓰고 밥을 먹기로 했다"고 했다.
추석 연휴를 맞아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추캉스족'(추석+바캉스족)으로 공항도 벌써 붐비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현재 김포공항에서 항공권 발권부터 비행기 출발까지 걸리는 공항 탑승수속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36분이다.

연휴 기간인 이날부터 12일까지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 수는 약 4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시뮬레이션 결과 예상됐다.

인천국제공항은 나흘간 약 30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고됐다.

인천국제공항은 9일 오전과 11일 오전에 가장 붐빌 전망이다.

가족들과 스위스·이탈리아로 여행 가기 위해 9일 출국하는 김모(31) 씨는 "가족들과 봄에 여행을 계획했었다"고 말했다.

전날 베트남에 도착해 10일까지 머무르는 박모(26) 씨는 "비행깃값이 비싸긴 했지만 그동안 여행을 가지 못했던 욕구를 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말했다.(송정은 이승연 김윤철 설하은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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