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변신한 배우 정태우…14시간 곰탕 끓인 이유 [본캐부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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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본캐부캐]
스타들의 본캐와 부캐를 동시에 만나는 시간
배우 정태우, 프리미엄 간편식 브랜드로 새 도약
"아빠의 마음으로…방부제·조미료 안 넣어"
"비용·시간 많이 들지만 '가마솥 공법' 도입"
"연 매출 2배 이상 성장, 설립 2년만 해외 진출 성과"
"초심 잃지 않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대한민국 성인남녀 절반 이상이 '세컨드 잡'을 꿈꾸는 시대입니다. 많은 이들이 '부캐(부캐릭터)'를 희망하며 자기 계발에 열중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꿉니다. 이럴 때 먼저 도전에 나선 이들의 경험담은 좋은 정보가 되곤 합니다. 본캐(본 캐릭터)와 부캐 두 마리 토끼를 잡았거나 본캐에서 벗어나 부캐로 변신에 성공한 스타들의 잡다(JOB多)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주>연기 경력 35년의 배우 정태우가 간편식 브랜드의 대표로 변신했다. 현재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정태우는 배우로 활동하는 자신과 승무원인 아내가 바쁜 일정으로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식사를 챙겨주기 어려운 상황이 종종 생기자 '언제든 맛있고 건강한 한 끼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요리 실력이 좋지 않은 탓에 아내가 비행 스케줄을 갈 때면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는 그는 "음식을 못하는 아빠지만, 아이들에게 엄마가 해준 것처럼 균형 잡힌 밥상을 차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한식 간편식 '대디푸드'가 탄생했다.
"사 먹는 음식, 제품엔 방부제나 조미료가 들어간 게 많잖아요. 한참 성장기인 아이들한테 주기 미안했어요. 부모라면 누구나 아빠와 엄마의 마음을 담은 음식을 안전하게 제공하고 싶을 거라 생각해요. 그걸 제가 먼저 시작하기로 결심한 거죠. 영양분이 많은, 제대로 된 한 끼를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한테 선사하자는 철학을 갖고 '대디푸드'를 시작했습니다."
연예인이 이름을 내걸고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 사업을 하기란 절대 쉽지 않다. 그런데 정태우는 "난 '대디푸드'의 대표이자 모델"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제품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었다.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2020년. 햇수로 3년째 대디푸드의 대표직을 달고 있는 그는 가장 공들인 시간이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제품화할 수 있는 OEM 공장을 찾는 때였다고 했다. 정태우는 "준비에만 1년이 걸렸다.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들이 있었다"면서 "일단 아이들이 잘 먹고, 영양분도 많은 음식을 찾다가 곰탕을 떠올렸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반면 지방은 적어서 성장기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곰탕을 메인 제품으로 선택한 후 그는 시중에 나와 있는 기존 제품들의 생산 방식과 장·단점을 면밀히 살펴보고 개발에 돌입했다. 사업가로서 정태우의 고집과 신념은 아주 단단했다. 곰탕 고유의 특성을 놓치고 싶지 않아 '가마솥 공법'을 도입했다. 농축액의 사용, 과도한 멸균처리로 인한 건강유용성분의 저하, 과도한 화학조미료 사용 등을 문제점으로 보고 철저히 이를 배제한 제품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제품화가 가능한 공장을 찾는 게 만만치 않았다. 정태우는 "실제 가마솥에 끓이는 '가마솥 공법'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걸 하는 공장이 거의 없다. 예전부터 곰탕을 직접 우려오던 작은 회사들이 있긴 한데, 대량 유통이 쉽지 않고 또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럼 온라인 유통이 어렵다"고 말했다.그의 집념은 마침내 10t 용량의 초대형설비로 14시간 이상 끓인 곰탕을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비용과 시간적 측면에서 썩 좋은 방법은 아니다. 그런데도 오로지 '건강한 한 끼'만을 생각한 그였다.
더 나은 방법에 대한 연구도 거듭하고 있다. 정태우는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의 도움으로 전문가의 기술을 이전받아 여러 가지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입시켰다. 시간은 많이 줄였는데, 당연히 농축액을 희석해 대량생산 하는 것보다는 시간, 인력, 전기료도 많이 든다"고 전했다."대디푸드 곰탕엔 없는 게 있다." 그가 가장 힘을 줘 강조한 부분이었다.정태우는 "우리 곰탕엔 농축액, 화학조미료, 방부제, MSG를 쓰지 않는다. 아예 간이 안 되어 있어서 이유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면서 "과거 할머니들이 가마솥에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끓였던 그대로 큰 가마솥에 정제수랑 한우 사골, 양지 등만 넣어서 14시간 이상 끓인다. 다른 건 첨가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무식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량생산을 하고, 많이 팔고 싶으면 어쩔 수 없이 맛이 일정해야 해서 MSG 등을 쓸 수밖에 없는데, 거기서 벗어나 아이들과 부모님의 건강을 생각한 프리미엄 시장에서 1등을 해보자는 마음이다. 나중엔 케어푸드 시장에도 진출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곰탕을 시작으로 갈비탕, 불고기, 떡갈비, 제육볶음 등의 제품을 론칭한 상태다. 제육볶음은 제주도 흑돼지를, 떡갈비는 무항생제 한돈을 사용하고 있다.
메뉴 구상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 묻자 정태우는 "대디푸드는 너무 작은 회사라서 만들기 어려운 것들은 배제하는 편이다. 현재 탕류를 잘 만드는 공장을 찾았기 때문에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연구해 레시피를 전달하고, 시 제품들을 만들며 여러 테스트를 거친 후에 괜찮다 싶으면 판매를 시작한다. 앞으로도 제품군을 많이 늘려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유통 채널 확장 및 해외 진출에 대해서도 문을 열어뒀다. 정태우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한계는 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로 잘 성장해가고 있어서 여러 회사에서 컬래버레이션 제안을 받고 있다. 의논해 나가다 보면 좋은 제품들을 더 잘 만들 기회가 많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요즘 그가 꾸는 꿈은 바로 간편식 브랜드의 대표로서 '한식의 맛'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 조건은 단 하나, 이 또한 내 아이에게 주는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아빠의 마음'을 가득 담아야 한다.
이미 홍콩에서는 대디푸드를 맛볼 수 있는 상태다. 올해부터 35여개의 지점을 지닌 홍콩의 한인마트 '한인홍'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 정태우는 "아시아에서 한식이 엄청 인기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도 한식 냉동식품에 대한 니즈가 많아졌다. '한인홍'을 통해 계속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 이번이 세 번째 발주인데, 매번 그 양이 두 배씩 늘어가고 있다. 그만큼 성장세가 빠르다"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에서도 제품 본연의 신선함을 정확하게 맛보게 하는 것은 필수다. 정태우는 "바로 생산하고, 급속 냉동시킨다. 다 콜드 체인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이게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홍콩은 다행히 여러 가지가 다 구비돼 진출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수출 절차를 밟는 게 대표 포함 4명이 있는 작은 회사에서 하긴 쉽지 않은데 좋은 파트너들을 만났다. 앞으로도 아시아 쪽에서 제품 판매를 더 넓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초기 자본 2억을 들여 시작한 '대디푸드'의 성장은 고무적인 상황. 정태우는 "매년 적자를 보지 않고 꾸준히 잘 되고 있다. 연 매출이 두배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이제 수익이 나고 있는 상태"라면서 "지금까지는 생산 공정에 문제가 없도록 생산에 집중하며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영업 사원도 따로 없고, 마케팅이나 디자인 등도 4명이 논의하며 전부 진행해왔다. 더 성장하려면 우리끼리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투자(유치) 또한 준비 중이다"고 전했다.
동시에 '초심'을 강조했다. 1999년 기아대책 홍보대사로 위촉된 후 꾸준히 정기후원과 봉사활동, 재능기부 등을 실천하고 있는 그는 대디푸드를 설립하고 월 100개의 제품을 소외계층에 전달해오고 있다.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아빠의 마음으로 만든 한 끼를 이웃들에게도 전달하려 하고 있어요. 회사를 설립할 때의 마음이 계속 오래 갔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사업을 하면 다들 초심을 잃게 되는 순간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자본주의에 눈이 멀지 않도록 '정직하고, 성실하고, 공의롭게'라며 되뇌고 있습니다."배우로서도 변함없이 앞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정태우는 "배우라는 직업은 작품에 따라 또 다른 연출자,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하니까 늘 새로운 긴장감이 있다는 게 참 좋다.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면서 "좋은 작품들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시기이지 않냐. 나 역시 좋은 작품에서 좋은 배우로 어필될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30년 넘게 연기를 해왔지만, 배우라는 일은 아직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 사진 최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