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루이비통에 밀려서 안보이더니…MZ세대에 불티난 韓 가방

백화점에서 밀려났던 국산 핸드백 온라인에서는 활황
국산 핸드백 브랜드는 2016년을 기점으로 매출이 뚝 떨어졌다. 샤넬과 루이비통 등 고가 핸드백 소비가 늘면서다.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에서도 2016년께 국산 핸드백과 구두 등 가죽 제품을 판매하는 매대를 치웠다.

하지만 최근에 독특한 디자인의 중저가 디자이너 핸드백 브랜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30대 여성들이 회사 출근이나 가벼운 외출에 중저가 제품을 찾으면서다.

한때 ‘준명품’은 아직 어두운 터널

한때 ‘준명품’으로 불린 MCM의 매출은 급전직하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5791억원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0년에는 3126억원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에루샤(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초고가 핸드백 브랜드 수요가 늘면서 매스티지(Masstige)로 불리는 중고가 핸드백 시장 규모가 줄어들었다.10여년 전 MCM과 함께 3대 핸드백 브랜드로 명성을 날리던 루이가또즈와 메트로시티 등도 성적표가 좋지 않다. 루이가또즈를 운영하는 태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34억원 영업손실을 낸 뒤 올해에도 1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핸드백 브랜드 메트로시티를 소유한 엠티콜렉션은 2020년 92억원 적자를 낸 뒤 올해에도 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외에 대부분 국산 핸드백 브랜드는 인기 하락과 함께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저가와 고가로 소비시장이 양극화되면서 가운데 낀 브랜드들이 수년간 직격탄을 맞았다”며 “이미 시장 점유율을 낮아져 회복하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디자이너 브랜드

다만 이 3대 핸드백 브랜드 자리를 새로운 디자이너 브랜드가 메우고 있다. 석정혜 디자이너가 선보인 핸드백 브랜드 분크는 20~30대의 입소문을 타고 매출이 오르고 있다. 분크의 지난해 매출은 2020년 대비 69.0% 늘어난 162억원을 기록했다.

코오롱 FnC와 한섬 등 패션기업의 핸드백 매출도 늘고 있다. 코오롱 FnC의 핸드백 브랜드 쿠론의 1~8월 매출은 지난해 대비 120% 올랐다. 한섬의 타임·마인 등의 올해 1~8월 핸드백 매출은 지난해 대비 50% 늘어났다. 한섬 토종 핸드백 브랜드 덱케는 일본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이에나, 플라주 등 일본 유명 편집숍과 계약을 맺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기성 브랜드가 백화점 매대를 위주로 판매를 했던 것과는 달리, 온라인 기반으로 론칭하거나 소규모로 시작한 브랜드들이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인기를 끌면서 ‘힙한’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분크를 만든 석정혜 디자이너는 60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SNS에 자신이 만든 핸드백을 올리면서 광고효과를 내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과 실용성이 무기

이들 핸드백 브랜드는 상품 가격을 20~30만원대로 책정해 소비자의 부담을 줄였다. 대신 가방은 자신만의 고유한 디자인을 살렸다. 쿠론 가방은 알록달록한 색상이 특징이고, 분크 가방은 면도칼 모양의 잠금 장치로 20~30대의 입소문을 탔다.

최근에는 10~20대를 겨냥한 한 저가 핸드백 브랜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핸드백 브랜드 앨리스마샤는 10대 대학생을 겨냥해 10만원 이하 저가 브랜드를 선보였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앨리스마샤 에린 셔링백’은 서울스토어에서 누적 1만개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패션업계 관계자는 “10만원 미만의 저가 핸드백을 2~3개 구매해 매일 다른 디자인의 가방을 메고 다니는 게 10대들의 특징”이라며 “핸드백을 고가 상품으로 인식하기보다 일상복처럼 매일 바뀌는 패션의 하나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