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차 없는 거리’ 없어진다

신촌 연세로 '차 없는 거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서대문구는 주민, 상인, 학생들과의 논의를 통해 최대한 빨리 차 없는 거리를 폐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일단 폐지해 운영한 후 문제점이 있으면 차츰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10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서대문구는 지난 7일 그간 '차 없는 거리' 폐지에 반대해온 연세대학교 학생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폐지 필요성을 충분한 설명을 했고, 운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학생 대표들과 추가 간담회도 갖기로 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하루속히 폐지해보고 평가위원회를 구성해서 운영상황을 평가한 후 재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지난 지방선거 당시 신촌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폐지는 여야 후보 모두의 공통 공약이었다. 하지만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당선된 후 상황이 복잡해졌다. 주민, 상인들은 '차 없는 거리' 폐지에 찬성했지만 인근 대학교 학생 대표들이 반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신촌의 문화적 정체성 상실과 보행자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환경시민단체인 서울환경연합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상권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가 정말 차 없는 거리 때문인지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환경연합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도입 당시 단순 통과 차량이 80% 이상으로 밝혀져 차량이 통행과 상권 활성화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서대문구는 폐지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상권 등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021년 한 해 동안의 개업 및 폐업 점포 수를 분석했을 때 서울시 전체로는 개업이 폐업보다 2467개, 서대문구 전체로는 개업이 폐업보다 42개 많았다. 하지만 '차 없는 거리'가 있는 신촌동은 개업 322개, 폐업 413개로 서대문구 14개 동 가운데 가장 많은 91개가 줄었다.
서대문구 제공
서대문구는 "'차 없는 거리'가 있는 신촌동의 경우 최근 상업 점포의 5년 생존율이 32.3%로 서대문구 14개 동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신촌동의 점포 수는 2019년 3715개에서 2021년 3593개로 3.3% 감소했는데 서대문구 14개 동 중 감소폭이 2번째로 컸다"고 설명했다.

인근 상인들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인근 상인 258명 가운데 67.1%인 173명이 폐지에 찬성했다. 앞서 지난달 5일에는 신촌 상인 1984명이 ‘지난 8년간 운영해 왔지만,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은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에 대해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연세로 차량 통행 허용’ 탄원서를 구청으로 제출한 바 있다.

연세로 인근에 있는 세브란스병원, 현대백화점 신촌점, 창천교회 방문자들 사이에서도 차량 통행에 대한 찬성 의견이 높았다. 세브란스병원 방문객 422명 중 74.9%인 316명이 찬성했으며 병원 측은 공식 의견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현대백화점 신촌점의 경우, 방문객은 802명 중 71.9%인 577명이, 종사자는 1166명 중 84.6%인 987명이 찬성했다. 창천교회 교인과 방문객 372명 가운데에서는 97.3%인 362명이 찬성을 표했다. 반면 대학생(연세대)은 1,393명 중 71.9%인 1002명이 반대했다.서대문구는 "경찰에 심의를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며 "경찰과 서울시의 결정 시기에 따라 빠르면 이달에라도 차 없는 거리를 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