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직격탄' 포항제철소 고로 10일 재가동

49년 만에 가동 중단했던 3기
전력 복구…쇳물 생산하기로
"100% 가동까진 시간 걸려"

침수 원인 놓고 市와 갑론을박
태풍 ‘힌남노’로 49년 만에 가동이 중단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고로(용광로) 3기가 10일부터 다시 쇳물을 생산한다.

포스코는 가동 중단한 포항제철소 고로 3기(2·3·4기)를 10일께부터 순차적으로 가동한다고 8일 밝혔다. 침수됐던 전기 공급 시설 선강변전소는 이날 오전부터 정상 가동됐다. 담·정수 설비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설비도 9일까지 차례로 복구, 고로 가동에 필요한 스팀·질소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압연변전소가 목표 시점인 10일까지 정상 가동되면 제철소 전력이 완전히 복구된다.고로에서 생산한 쇳물을 처리하기 위해 쇳물로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제강 공장도 추석 연휴에 가동할 계획이다. 다만 100% 가동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물질 제거, 망가진 전력 설비 교체 등의 작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경북 소방청에서 대형 양수기 8대,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 3사에서 양수기·비상발전기 78대 등을 지원받아 침수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한 슬래브(철강 반제품) 일부를 광양제철소로 보내 가공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광양제철소의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 침수 피해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포항제철소의 침수 피해가 자동차와 조선을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철소 가동 중단으로 조선용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상승한 후판 가격이 재차 뜀박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업계 역시 후판 가격 오름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스코로부터 자동차 강판을 공급받는 자동차업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포항제철소에서만 생산되는 스테인리스 제품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추석 연휴 기간 포항제철소 임직원은 물론 광양제철소 직영·협력업체 인력까지 복구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며 “제철소 내 환경 정비는 연휴 기간에 모두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침수 원인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발생한 포항제철소 침수는 200m 정도 떨어진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하면서 시작됐다. 냉천과 가장 가까운 포항제철소 3문 인근에 자리잡은 열연 공장의 침수 피해가 가장 심한 이유다.

포항 주민과 포항제철소 직원들은 포항시가 제철소 침수를 불러온 냉천의 범람을 막아달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포항시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냉천 8.24㎞ 구간을 대상으로 하천 정비사업을 했다. 그 결과 하천 폭이 좁아졌다. 땅 위에 시멘트 등이 깔리면서 자연 배수 기능이 저하된 것이다. 사업 직후 냉천이 자주 범람했고, 주민들이 하천 범람을 우려해 대책을 요청했지만 이렇다 할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